▲주형이 데려와서 차린 토요일 저녁 밥상제규는 친구 주형이를 데리고 와서 밥상을 차렸다. 돈가스를 엄청 많이 해서 거실에 밥상을 차렸다. <무한도전>을 봐야 하니까.^^
배지영
제규에게 토요일은 오로지 노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샤워 하고 옷을 차려입고 나간다. <무한도전> 하기 전인 오후 6시 즈음에 돌아온다. 근데 어느 주말부터인가 친구 주형이와 같이 왔다. 두 손에는 장 봐온 먹을거리들을 잔뜩 들고서. 제규는 부엌으로 갔다. 주형은 식탁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하거나 제규 옆에 서서 잔심부름을 했다.
제규는 시금치로 샐러드와 나물을 만들었다. 장식용 견과류를 처음 사본 거라서 샐러드도 했다. 새싹 채소를 깔고서 그 위에 오븐에 구운 치즈를 올렸다. 이제는 '초딩 입맛'을 가진 주형이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할 차례. 제규는 미리 생각해 놨다. 소년이라면 돈가스! 정육점에서 돈가스용 돼지고기 등심을 많이 사왔다.
"엄마, 오늘은 거실에 밥상 차릴게요. <무한도전> 본방 봐야 하잖아요." 우리 집의 '권력 서열 1위'는 수시로 변한다. 당연히 밥 하는 기술을 가진 남편과 제규는 1인자다. 생떼를 쓰며 울고 부는 꽃차남도 시도 때도 없이 1인자로 등극한다. 식구들은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아니꼽지만 비위를 맞춰준다. 나라고 왜 권력욕이 없겠나.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20분,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 리모컨을 잡는 순간에는 내가 1인자가 된다.
주형과 제규는 1인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7~8년간 우리 집을 드나든 주형의 별명은 '멀대', 무척 큰 키로 텔레비전 화면을 가렸다. 돈가스가 잘 돼서 기분이 좋은 제규는 "맛있어?" "부족하지 않겠어?" 라는 말을 자꾸 했다. 나는 '제규 엄마'와 '무한도전 광팬' 사이에서 갈등했다. 숟가락을 탁자에 쾅! 내려치면서 "조용히 좀 해라" 호통치는 것만 상상했다.
"학교서 보는 제규랑 달라요...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