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통을 점검하고 있는 권 대표 부부.
허시명
양조장을 찾아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양조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막걸리 양조장은 개방적이다. 술 받으러 오는 동네 사람들이 있어서, 양조장으로 술을 한두 병 사러 가는 행위는 무척 자연스럽다. 그때 잠시 술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예정에 없던 긴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술은 쉽게 그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요리는 입에 담기 전에, 눈으로 먼저 들어오고 향기로 맛을 가늠할 수 있다. 술은 달라, 눈으로 혼탁만을 가릴 수 있고, 향으로는 쉬어터지거나 상한 술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외관으로 술맛이 더하고 덜하고를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마셔보고 내일 아침 일어나 봐야 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술의 정체를 파악하는 방법 하나는 그 술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다. 술을 만드는 사람의 성품과 기질이 술 속에 담겨있다. 우직한 사람이 빚으면 술도 우직하다. 단순해 보이지만, 야료를 부리지 않는다. 너무 재주가 많은 사람이 술을 빚으면 기교가 넘치지만 언제 변할지 몰라 믿음이 줄어들려고 한다. 여성이 술을 빚으면 얌전하고 단정하나 술이 좀 더 달아진다. 대도시의 양조장 술들은 도시의 가벼움과 경쾌함을 따라가며, 모두가 만족할 만한 무난한 맛을 추구한다.
죽향도가 권 대표는 바람 같은 사람이다. 우선 말이 빠르고, 행동은 주저함이 없다. 물론 아무에게나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통했다 싶으면, 전기처럼 다가온다. 권 대표는 구례에서 양조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대숲 많은 담양에서 양조를 하고 있다. 인정 많고 인심 좋고 목소리 큰 영락없는 전라도 사나이다. 젊은 날에는 사냥을 좋아해, 한 해에 멧돼지 40마리를 잡을 정도로 명포수였다고 한다.
그의 말, 그의 행동이 거침이 없기에, 그의 술을 두고 간을 보듯이 이것저것 물어볼 수가 없다. 그의 성품처럼 그의 술은 그냥 솔직하고 시원하다. 죽향도가의 대표 상품인 '대대포 막걸리'의 맛이 그래서 담백하고 시원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대대포 막걸리는 순천만 대대포 간척지에서 나는 쌀로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건강한 중년 사내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