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밀 스타우트를 빚는 데 필요한 곡물 여섯 가지.
허시명
맥주의 주재료는 보리인데, 흥미로운 점은 보리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사용한다는 점이다. 주로 싹을 틔운 맥아의 형태로 사용하는데, 싹이 트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당화효소 아밀라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싹이 트고 나면 맥아의 성장을 정지시키기 위해 잘 건조하거나, 특별한 맛을 내기 위해서 커피처럼 굽거나 볶아서 사용한다. 예를 들면 내가 빚은 귀리 스타우트에는 모두 싹 띄우지 않은 보리 한 종류와 맥아 네 종류 그리고 귀리 한 종류가 들어갔다.
맥주를 빚을 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맥아를 '베이스 몰트', 즉 '기본 맥아'라고 하는데, 이는 알코올 생성을 위해 필요한 당분을 제공한다. 19리터 스타우트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맥아 5.24kg 중에서 기본 맥아가 3.5kg으로 67%를 차지했다. 그리고 특별한 색과 맛을 내는 특수 맥아로 빅토리 맥아, 초코렛 맥아, 카라멜 크리스탈 맥아, 구운 보리까지 네 종류가 들어갔다.
여기서 초코렛 맥아는 초코렛 맛이 도는데 230℃까지 구웠을 때 나는 맛이다. 이 보리 재료들을 보고 있노라니, 난해하게 꼬아놓은 수학 문제가 연상됐다. 선생님들이 재료를 세분하고 비틀어두고서, 학생들더러 다채롭고 풍부한 맛을 찾아내보라고 주문하는 것 같았다.
귀리까지 포함해 여섯 가지 곡물을 69℃ 물 16리터에 넣고 1시간을 놓아두니, 커피처럼 검은 맥즙이 우러났다. 전분이 당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겪은 것이다. 당화가 끝나자 맥즙 온도를 76℃로 올려 당화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가라앉은 맥아 껍질들을 여과층으로 활용하여 조심스럽게 맑은 맥즙을 걸러냈다. 맥아가 여과층이 될 수 있는 것은 쌀과 밀과 달리 보리는 껍질과 알맹이가 잘 분리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두 세 차례로 나누어 맥즙을 걸려내는데, 첫 번째는 원액을 충분히 걸러내고, 두 번째와 세 번째에는 85℃ 정도 되는 물을 9리터씩 부어서 맥즙을 충분히 우려냈다. 이때 맥아에 남은 전분이나 당분을 최대한 씻어내야 원하는 알코올 도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이제 2주일 기다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