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사바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중해와 말라가 시내 전경
박성경
알카사바의 최고 '전망 좋은 곳'은 아기자기한 분수가 있는 파티오(patio, 스페인식 가정의 안뜰)랍니다. 이곳에 이르려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언덕을 올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세상의 모든 전망 좋은 곳이 그렇듯 힘들게 오르는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걸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보여줍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항구와 투우장이 자리한 말라가 시내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입니다. 겨울이라 많지 않은 관광객이 같은 방향으로 서서 숨을 고르고, 웃음 섞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같은 곳을 보며 같은 느낌을 가진다는 것, 여행에서 내 옆에 선 모든 이들이 그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 때문일 겁니다.
알카사바를 찾는 이들 중에는 이 전망을 끝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올라 정상까지 가기로 합니다. 히브랄파로성(Castillo de Gibralfaro)에 서기 위해서입니다. 히브랄파로성은 알카사바를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성으로, 해발 130m의 언덕 위에 14세기 성벽이 이어져 있습니다. 히브랄파로는 아랍어로 '산에 있는 등대'란 뜻이라는데,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360도 전망이 펼쳐집니다.
이 요새는 도시와 바다로 들어오는 적들을 감시할 목적으로 지어져 스페인에서 화약을 이용한 첫 전투가 있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또 기독교 세력이 펼친 국토회복 전쟁이 가장 오래 지속된 곳 중 한 곳이라고도 하고요. 평화롭고 아름답기만한 지금의 풍경에 풍덩 빠져 즐거운 속에서도 히블라파로성의 치열했던 옛 역사도 한 번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