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우랄리 풍경.
박혜경
수많은 돌덩이들을 오르면서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말을 되뇌이고 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나는 정말,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러니까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은 '평소에 운동 안 한 여자들도 다녀올 수 있다'고 소문난 ABC 코스이다. 고통도 지나고 난 뒤엔 희미해지기 때문인지, 믿을 수 없게도 그렇게 '소문'이 나있다. 그런데 나는 포터 아저씨와 내 짐을 나눠졌는데도 10초에 한 번씩 그만두고 싶다.
"ABC 코스도 쉽지 않아요. 절대 만만히 볼 게 아니에요."소문은 멀게만 느껴졌고, 경험은 상상 이상이었다. 트레킹 준비를 도와줬던 포카라 식당 사장의 소감이 현실에 더 가까웠다. 내가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는 방법 빼고, 돌아갈 수만 있다면 포카라로 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여긴 택시도 없고, 두 다리 말고 내려갈 방법은 당연히, 없다. 오로지 '직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