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방학 숙제라서 떡꼬치 만드는 제굴과 꽃차남.
제굴은 원해서 삭발했지만 엄청난 후회 중. 후드 티 모자를 벗을 수 없다.
배지영
그러나 아이들이 싸우지 않는 지상낙원은 내 희망사항일 뿐. 다투는 아이들 때문에 나만 늙고 못 생겨진다. 제굴과 꽃차남은 부엌에서도 싸웠다. 떡꼬치를 만들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서 유치원 인터넷 카페에 올리라는 방학 숙제 때문이었다. 며칠 전에 제굴은 닥쳐서 하면 부담되니까 미리 하자며 떡을 사왔다. 꽃차남은 거들떠도 안 봤다. 개학 하루 전에야 떡꼬치를 만든 이유다.
"떡꼬치 때문에 짜증났어요. 그게 내 숙제예요? 꽃차남 숙제인데 나만 애타고. 진짜 걔는 짜증난다고요!" 제굴은 떡볶이 떡을 반으로 잘랐다. 꽃차남 보고 "이거 꼬치에 꽂아"라고 했다. 꽃차남은 몇 개 하더니 꼬치로 쓰는 나무가 부러진다고 징징거렸다. 제굴은 원래 설탕, 다진 마늘, 케첩, 고추장으로 양념을 만든다. 그러나 더 맛있게 하려고 유명 블로그 레시피를 참고했다. 참기름, 간장, 고추장, 물엿으로 양념을 만들었다. 골고루 섞는 일은 꽃차남이 하도록 지도했다.
제굴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떡꼬치를 구웠다. 동생 손이 델 수도 있으니까 옆에 서서 보라고만 했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떡꼬치에 양념을 바를 차례. 제굴은 양념 바르는 붓(이모가 사준 것이라 몹시 아낌)을 썼다. 도자기에 무늬를 새겨 넣는 장인처럼 아무 말 없이 양념 바르는 일에 몰두했다. 꽃차남은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떼를 썼다.
"안 된다고! 이 붓은 손잡이가 나무야. 너 같은 애가 바르면 손잡이에 양념이 묻어. 그러면 씻어야 되고, 썩을 수도 있다니깐.""주라고! 내 숙제인데 왜 형이 하고 난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