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준비
김동우
[이야기 2] 세계일주 준비와 넘어야 할 산자!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지구 한 바퀴를 돌기 위한 본격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①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볼 것인가'를 선정하는 작업이다. 별로 흥미도 없는데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실패하기 딱 좋다.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는지 정말 행복한 장면을 남기고 있는지...
행복한 순간을 만들려면 우선 내 마음속 이야기에 집중해 정말로 내가 보고 느끼고 싶은 걸 찾아야 한다. 무엇이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걸 찾으면 된다. 그러려면 나를 알고 지구를 알아야 한다.
② 보고 싶은 게 대충 결정됐다면 이제 여행지별 세부 정보를 찾을 차례다. 책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자료를 하나씩 축적한다. 조금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하면 된다. 모든 걸 다 찾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편하게 여행을 꿈꾸며 즐기면 된다.
③ 어느 정도 자료가 축적됐다면 이제는 루트를 완성해볼 차례다. 루트에 따라서 나라별 이동방법과 수단이 결정되고 대략적인 필요자금이 나온다. 여행의 밑그림이 되는 루트는 정답이 없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연결하는 게 루트다. 그걸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비용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다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까지 갈 생각이라면 경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본인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루트를 결정하자.
세계 일주 공부를 시작하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곳이 전부가 아니란 걸 느끼게 된다. 지구는 넓다. 물가가 비싼 곳이 꼭 좋은 곳은 아니다.
④ 준비를 하다보면 이제 정말 사표를 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현실적인 문제 중 가장 큰 산이다.
"저 세계 일주 갑니다."모두를 경악시킬 한마디를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면 된다. 내 경우 출근 마지막 날 일찍 집으로 돌아와 동네 공원을 유유자적 산책했다. 여행 출발 전 이날보다 행복한 오후는 없었다.
⑤ 여기까지 문제없이 왔다면 이제는 쇼핑의 시간이다. 일단 출발일을 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알아봐야 한다. 배를 타고 출발할 계획이라면 배표를 예약하면 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육로 이동은 없다.
배낭도 장만해야 한다. 신발은 뭘 신을지, 옷은 무엇을 얼마나 가져갈지, 카메라가 없다면 카메라는 무엇으로 살지 고민의 나날이 이어진다. 여행을 위한 소품 구매는 무척 신경이 쓰이는 과정이다.
나같이 산을 좋아하는 트레커에게는 배낭과 신발이 무척중요하다. 장시간 걸어야 하는 일이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른다.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트레킹화나 전문 등산화를 준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옷가지 따위는 현지에서 사 입어도 된다. 너무 많이 챙기지 말자. 평생 다시없을 여행을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서는 사진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괜찮은 카메라 한 대는 필수다.
이밖에도 나라별 전기 콘센트 규격에 맞는 멀티코드도 구매하고, 여행기간 몸이 아플 때 먹을 약도 준비해야 한다. 약은 현지에서도 얼마든지 공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량 챙기면 된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준비가 진행될수록 턱없이 부족한 나와 마주할지도 모른다. 사진기를 구매하긴 했는데 뭘 어떻게 찍어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이라면 미리 사진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실력을 쌓아놓길 바란다. 체력이 저질이라면 꾸준한 운동으로 힘을 키워야 한다. 체력은 여행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세계 일주는 이처럼 준비기간을 여유있게 잡고 하나씩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준비 과정을 생략하고 훌쩍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⑥ 출발일이 다가오면 이제 불안이 엄습하는 단계다. 여행 중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도난과 분실에 대한 상상이 머릿속을 꽉 채우기도 한다. 인터넷 여행카페 등에 올라오는 각종 도난사기에 대한 후기를 읽고 있으면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란 의구심마저 든다.
실제로 내가 만난 여행자는 총기 강도를 당하기도 했고, 식중독에 걸려 끙끙 앓아눕기도 했다. 세계 일주는 분명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길이다. 각종 풍토병도 걱정거리다. 내 경우 출발 전 황열병·장티푸스·독감·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황열병 예방주사는 아프리카·남미 일부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 필수다.
⑦ 꿋꿋하게 이 시간을 이겨내면 이제 정말 출발일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환전도 해야 한다. 달러는 어느 나라나 통한다. 그런데 현찰 보관 문제가 골칫거리다. 물론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 등을 만들어 현지 화폐를 뽑아 쓰는 게 제일 안전하지만, 달러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온다.
내 경우 옷 수선 집에 부탁해 여행 중 입을 바지 안에 속주머니를 만들었다. 복대보다 훨씬 안전한 방법이다. 또 허리띠에 돈을 숨길 수 있는 아이디어상품도 구매했다. 남미까지 가는 동안 이 허리띠에는 2000달러가 든든히 들어 있었다. 유럽 여행에서 흉기를 든 강도가 어눌한 한국말로 "복대 내놔!"라고 한다는 이야기는 고전이 된 지 오래다. 여행자 스스로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있으면 "허리띠 내놔!"라고 할지 모를 일이다.
⑧ 이제 준비가 거의 끝나간다. 이별을 고할 시간이다. 친구, 선후배 등과 이별주를 나누며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받고 용기를 얻을 시간이다. 그래도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스페인어도 못하는데... 중국어는... 중간에 몽땅 다 털리는 거 아닌지...' 이런 온갖 잡생각으로 입맛이 없어지는 시기가 온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행의 시작은 이런 인고의 시간을 단박에 즐거움으로 바꿔줄 수 있는 특효약이다.
※ 깨알정보① 황열병 예방접종은 국립의료원이나 인천공항 등에서 할 수 있다. 국립의료원의 경우 해외여행자클리닉(www.nmc.or.kr)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주사를 맞고 2~3일 뒤 심한 몸살감기 증상이 올 수도 있다. 내 경우도 황열병 주사를 맞고 하루 정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출국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방접종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항체도 접종 후 10일이 지나야 생긴다. 황열병 예방접종은 한 번 주사로 10년 정도 내성이 생기며, 이후에는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국제공인예방접종증명서는 10년간 유효하다. 만약 증명서를 분실했다면 여권을 지참하고 국립의료원을 방문하면 재발급이 가능하다.② 세계 일주 항공권이냐, 개별항공권이냐? 여행 준비 과정에서 꼭 한 번은 하게 될 고민이다. 요르단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세계 일주 항공권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매번 고민이 많다고 했다. 까다로운 규정을 따져가면서 행선지를 정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물론 세계 일주 항공권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행 뒤 무지막지하게 쌓여 있을 마일리지는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 될 거다. 오세아니아를 꼭 가야겠다든지 남미에서 타히티를 거쳐 호주나 뉴질랜드로 넘어갈 계획이라면 세계 일주 항공권이 훨씬 유리하다.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는 참 애매하다. 개인의 취향이 다르겠지만, 유럽은 기차여행을 해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세계 일주 항공권이 있다고 같은 대륙 안에서 비행기를 여러 번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난 개별항공권 여행자였다. 그 대가는 쓰디썼다. 케냐에서 그랬고, 남미에서 북미로 이동할 때 그리고 미국에서 캐나다로, 캐나다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할 때마다 항공사 데스크에서 마음을 졸여야 했다.상황에 따라서 도착국에서 다른 나라로 떠나는 항공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게 무서워 왕복 내지는 아웃 항공권을 구매하는데 나중에 티켓을 취소하려면 수수료가 붙는다. 그런데 우스운 건 입국 심사에서 한 번도 아웃 항공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개별항공권 이용자들은 대부분 최저가로 나온 할인항공권을 구매하게 되는데 취소가 안 되는 표들이 많다. 잘 찾아보면 24시간 안에 취소하면 수수료가 안 붙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항공권으로 가짜 e티켓을 출력해 놓으면 다음 비행에서 마음이 좀 편하다. 개별 항공권으로 여행을 다닐 계획이라면 항공권 예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니면 적잖은 돈을 그냥 헌납하게 된다.하지만 내가 이런 어려움에도 개별항공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건, 1년 안에 모든 노선을 다 이용해야 하고 한 방향으로만 돌아야 하는 등의 수많은 규칙이 있는 세계 일주 항공권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 취지와 맞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냥 흐름에 맡기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제약들이 너무 많았다.이번 세계 일주에서 국내선을 포함해 14번의 비행이 있었다. 총 항공료 비용으로 마일리지 부분을 제외하고 500만 원 정도를 썼다. 다시 세계 일주를 간다고 해도 난 개별항공권을 선택할 거다. 여행 중 떠나온 곳이 갑자기 다시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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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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