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천사들 2 멜로초 다 포를리, <음악의 천사들>(부분), 바티칸 박물관 회화관.
박용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린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회화관(Pinacoteca)'입니다. '바티칸 박물관'의 '회화관'은 이탈리아 고전 회화사를 집대성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양 회화의 시초로 인정받는 지오토를 시작으로 프라 안젤리코, 멜로초 포를리, 페루지노, 조반니 벨리니, 프라 필리포 리피,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로도비코 카라치, 카라바조, 구이도 레니, 니콜라스 푸생 등 한 달 동안 이탈리아 곳곳에서 만났던 위대한 작가들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작가들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만날 수는 없습니다. 20개가 넘는 미술관과 성당, 박물관으로 이루어진 '바티칸 박물관'을 모두 보려면 하루 종일 바쁘게 걸음을 옮겨도 모자랄 판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만 짧게 만나고, 나머지는 제목 정도만 확인하고 스쳐 지나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멜로초 다 포를리(Melozzo da Forli, 1438~1494)의 연작을 만납니다. <음악의 천사들>입니다. 원래 '산티 아포스토리 성당' 천장화의 일부였던 이 조각난 프레스코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프레스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파스텔로 그린 듯한 부드러운 색채의 천사들은 인형처럼 아름답죠.
천상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배경으로 트라이앵글, 탬버린, 작은북, 류트, 바이올린, 그리고 낯선 악기인 레벡을 연주하는 천사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로 천상의 음악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제자로 엄격한 사실주의적 묘사와 원근법을 구사하여 독창적인 화풍을 일구었던 멜로초 다 포를리. 그가 남긴 수많은 성화들보다 이 '음악의 천사들'이 더 사랑받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한 달간의 힘겨웠던 여정의 끝을 달려가고 있는 나 역시 이 천사들로 하여 좀 더 행복해진 느낌입니다.
다음으로 페루지노를 지나 라파엘로의 명작 세 점을 한꺼번에 만납니다. <성모 대관> <폴리뇨의 성모> 그리고 <그리스도의 변모>입니다. <성모 대관>은 라파엘로가 10대 후반에 그린 작품으로 구도나 색채, 인물 묘사에 스승인 페루지노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천사들을 배경으로 사랑스러운 성 모자를 묘사한 <폴리뇨의 성모>는 자신의 양식을 어느 정도 완성한 20대 후반 라파엘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라파엘로 최후의 작품인 <그리스도의 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