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하여 큰 깨달음을 준 강아지 토피어리 선생
이준수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학교에서 만든 강아지 토피어리에 물을 주었다. 마른 이끼 사이로 수분이 퍼져나가며 밝은 황토색이던 표면이 갈색으로 변했다. 흠뻑 젖은 토피어리는 마른 상태보다 더 늙어 보였다. 어두운 피부빛, 물 무게 때문에 쳐진 귀, 눈가에 고이는 눈물. 강아지 모습은 개에 가깝게 되었다.
낮에 했던 '나이듦에 대한 고민'이 떠올라서 개(?)가 안쓰러워졌다. 무생물이긴 하나 연민이 들어 볼살 부위를 만져보았다. 이끼의 질감이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습기를 머금은 자연물질이 스스로 습도를 조절하며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더불어 물에 적셔진 토피어리만이 제 몸에 심긴 식물을 살릴 수 있다.
가만히 보니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연륜이 쌓이면 외관은 쇠퇴하지만 경험은 풍부해지고 노련해진다. 또 부모가 되면 자신들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자녀들을 힘껏 키워낸다. 이런 일들은 멋지게 나이 든 어른들만이 가능하다. 이제 새로운 1월이 시작되었다. 글을 쓰는 동안 한 살을 더 먹었다. 꼰대가 되는 건 싫지만 나이 먹는 게 나쁘진 않다.
고마워 강아지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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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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