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에 설립된 신평양조장.
허시명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막걸리 양조장들에게 해법이나 대안이 될 만한 양조장이 있다.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 있는 신평양조장이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2009년 막걸리 바람이 분 이래로, 거듭 변신하고 있는 양조장이다.
가히 2014년과 2015년에 가장 각광받은 양조장이라고 평할 만하다. 2015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백련 막걸리로 생막걸리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살균 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다른 양조장들이 무색해 할 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미 신평양조장은 2014년에 백련 막걸리 생막걸리로 대상을, 2012년에는 살균 막걸리로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2014년 초에는 대기업 회장의 생일상에 올라 뉴스가 되면서, 술이 불티나게 팔렸다.
무슨 맛일까? 무슨 맛이 호평을 받은 것일까? 백련막걸리는 탄산의 상쾌함을 잘 확보하고 있다. 주재료는 쌀이라 밀가루 막걸리에 견주면 가벼울 법한데, 맑긴 하되 가볍진 않다. 발효 과정에 연잎에 들어가는데, 연잎이 우러나 입안에 머금었을 때 첫맛과 중간맛이 마디가 질 만큼 무게감이 있다. 그와 함께 감지하기 어려우리 만큼 간들간들한 연잎 향이 느껴진다. 백련의 향과 맛이 투명한 그물옷처럼 쌀막걸리의 맛에 걸쳐 있다.
약재나 과실이나 부재료가 들어간 술맛들이, 예컨대 알밤 막걸리, 조껍데기 막걸리, 옥수수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의 맛이 과장되어 있거나 어설프다면, 백련 막걸리는 그렇지 않다. 쌀막걸리 맛을 기둥삼고 있되, 그 기둥에 백련 무늬가 음각되어 있다. 쌀 맛은 다른 곡물보다 맑고 담백하여 싱겁다는 평을 듣고, 쌀막걸리 또한 같은 평가를 듣는데, 백련막걸리는 그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어떻게 하여 연잎을 넣게 되었습니까?" 1933년에 설립된 양조장의 가업을 잇고 있는 김용세 대표에게 여쭤보았다. 김 대표는 예산 수덕사 방장이었던 벽초 스님에게서 비결을 얻었다고 한다. 벽초 스님은 수덕사 돌계단을 손수 쌓으면서 더러 곡차를 드시기도 했는데, 40여 년 전쯤에 신평면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 일을 돕던 청년 김 대표에게 "술은 연술이 좋은디, 앞으로 자네가 연술을 제대로 하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때는 무심코 들었는데, 그 후 다른 스님들을 만나고 차를 즐기면서 연잎차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2008년부터 백련 막걸리를 빚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