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심판지오토, ‘최후의 심판’, 파도바 스크로베니 예배당. 이후 수많은 르네상스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지오토의 명작입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440)
박용은
나는 지오토의 '스크로베니 예배당 연작'을 보면서 그동안 화보와 책들을 통해서 미술사 공부를 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한, 여러 한계 때문이긴 했지만, 실물을 보지 않은 미술사 공부는 그냥 백과사전적 지식의 암기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지오토를, 마사초를,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카라바조를 접할 수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나아가 유럽 사람들이 결국은,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무시 못할 찬란한 미술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 역시 우리 미술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합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유럽의 역사는 하나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연히, 미술사나 문화사도 그만큼 층위가 깊고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점, 그래서 오늘날까지 여전히 세계 문화 예술을 주도할 수 있는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은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유럽 여행에서 이런 것들을 보고 느끼고 있는지 조금은 아쉬운 마음까지 듭니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에서 나와 잠시 서성입니다. 원래는 파도바에서의 일정을 하루 종일 잡았는데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감동이 잦아들지 않습니다. 억지로 트램에 올라 '산 안토니오 성당(Basilica di Sant'Antonio)'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