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이 입 주변은 항상 이렇답니다. 먹을 것 좋아하는 아이 입, 그럴 듯하죠?
김학현
제 손자 서준인 당최 딴판이랍니다. 이미 말했잖아요. 그릇도 씹어 먹을 기세라고. 15개월 만에 옥수수를 뜯어먹은 아이랍니다. 찰옥수수 몇 개가 들어왔기에 녀석 생각하고 보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옥수수 알갱이 하나둘 떼 주는 건 성에 안 차 결국 들고 하모니카를 불었습니다. 거기다 옥수수 속대까지 먹으려고 들었으니, 누가 이 먹보를 말립니까.
심지어는 쏟아지는 잠도 먹는 것 때문에 제대로 못 잔다니까요. 한 입 가득 물고 무거운 머리를 이리 저리 흔들거리면서도 될 수 있는 대로 자세를 바로하려고 노력한다니까요. 그래야 다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결국은 음식을 한입 물고 잠들었지만.
이 동영상을 보세요. 먹을 욕심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자요. 정말 웬만치 졸린 게 아니랍니다. 녀석이 이럴 정도면 눈꺼풀에 억만 근이 내려앉은 거거든요. 근데 보세요. 다시 게슴츠레 눈을 뜨잖아요. 눈을 감으면 그때부턴 입으로 아무것도 안 들어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그리 쉽게 잠들 수 없는 거랍니다.
이쯤 되면 '쿡방'의 백종원 셰프가 부럽겠습니까? 에드워드 권 셰프가 부럽겠습니까? 그럼, '먹방'이요? 추성훈씨 딸 사랑이요? 아님 송일국씨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요? 아니죠. 그들도 한 '먹방'하는 거 인정하지만 이 아이들 열 명 들이대도 우리 손자 녀석 서준인 못 따라 올 겁니다.
'밥이 보약', 맞습니다. 맞고요옛적 어르신들이 왜 그러셨잖아요? "밥이 보약이란다"라고. 네, 전 이 말에 300% 동감이랍니다. 우리 서준이 보면 단박 알 수 있습니다. 보무가 얼마나 늠름한지. 가까스로 두 발로 서자 뜀박질을 하려던 녀석이거든요. 일단 신발 신겨 밖에 내놓으면 벼락같이 내달립니다. 하루 종일 누벼도 조금치도 피곤한 기색이 없죠.
지난 여름 서준이 녀석네와 제주도로 휴가를 갔었거든요. 그때 서준이 녀석 쫓아다니느라 발병 났습니다. 발뿐입니까. 허리, 다리, 무릎, 팔목... 뭐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녀석은 천방지축 뛰어다니겠다고 하고, 녀석 엄마와 할매는 그놈 다칠까봐 쫓아다니고, 붙잡고... 그러면 녀석은 장난하는 줄 알고 시시덕거리며 더욱 손을 뿌리칩니다.
이 할배라고 예외였겠습니까. 할매가 지치면 엄마가 나서고, 엄마가 지치면 아빠가 나서고, 아빠가 지치면 이 할배가 나서고, 그러다 혼자선 안 되면 둘이서 나서고. 허. 휴간지 술래잡긴지 '나잡아 봐라'인지. 하여튼 '밥심'으로 야무진 녀석 잡으러 다니는 거 고역이었답니다.
그래도 맑은 하늘 아래 파랗게 펼쳐진 잔디 위에서야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화산재 흩어진 자갈밭에서는 아슬아슬했답니다. 식구들 눈 8개가 온통 서준이 녀석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뜀박질을 했으니까요. 그때 연습한 거로 장애물경기나. 2인3각 혹은 50m 달리기를 하면 우리 가족이 우승할 게 뻔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