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여러분, 단풍 알아요?"...""산에 보면 나뭇잎이 빨갛게 변한 나무들 있죠? 겨울이 오기 전에 나뭇잎이 빨간색, 노란색으로 변하는 걸 단풍이라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때 나들이를 많이 가요. 여러분도 나들이, 여행 가고 싶죠? 여행.""네~""그럼, 단풍 여행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제주도요" 매주 일요일, 이주노동자쉼터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수준별로 반을 구분했다고 하지만, 같은 반 안에서도 그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입니다. 그런 반에서 한국어가 서툰 사람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 답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그 중 유독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은 그냥 입을 닫아 버립니다. 문제는 잘하는 사람이 선생님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 엉뚱한 반응을 보였을 때입니다. 그럴 때마다 답답한 것은 선생님입니다. 그런 일은 초급반에서 매번 일어납니다. 초급반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지만 유창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된 반인데, 계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단풍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묵묵부답이던 이주노동자들이 어디로 나들이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누군가 '제주도요'라고 큰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다들 따라서 '제주도, 제주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 보면 마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보는 것 같습니다."제주도, 좋지요. 제주도 말고, 가고 싶은 산, 여러분이 알고 있는 산이 있어요?""..." 큰사진보기 ▲제주 억새제주 가을 풍경노미경 선생님은 내장산, 설악산, 속리산, 지리산, 오대산처럼 단풍으로 유명한 산을 기대했나 봅니다. 그런데 초급반 학생들은 달리 아는 산이 없는지 또 다시 눈만 멀뚱멀뚱합니다. 그 모습에 노련한 선생님은 학생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바로 제주도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흥미를 갖게 합니다. "그럼 제주도에 요즘 뭐가 유명한지 알아요? 여러분, 억새 알아요?""...""산이나 들에서 하얀 새털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풀이 억새예요. 제주도는 바람이 많아서 바람이 불 때 날리는 억새가 그렇게 예쁘대요. 나중에 같이 가 볼 수 있으면 좋겠죠?""네~"이렇게 이주노동자 한국어수업은 사계절을 이야기하며 제주도 억새 여행까지 한순간에 왔다 갔다 합니다. 우왕좌왕하는 것 같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고단한 몸에도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마디라도 더 알아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꿈, '제주도 여행'이 현실이 될 날이 있을까요? 그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소망하며, 시 한 수로 그들의 마음을 달래봅니다. 억새이 가을, 바람 찬데오름에 선 가을은 훌훌 벗을 채비에 바쁘구나여름내내 질끈 동여메고 올린 머리헤실바실 풀어 헤쳐창포물인냥갈바람에 감은 머리어느 중년 머리숱 빠진다고 툴툴댈 때하늘하늘 훨훨나긋나긋지팡이 짚었던 우리 할망 닮아부러질듯 휘는 허리낫질이라도 간듯 풀풀 쓰러지는가 싶더니눕듯 일어서는 춤사위구나그래이 가을에 이만한 흥이 있더냐 덧붙이는 글 https://brunch.co.kr/@princeko에도 게재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이주노동자 #억새 #한국어교실 추천2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고기복 (princeko) 내방 구독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영상] '호우 경보' 용인, 불어난 물 거세진 경안천 지류 구독하기 연재 고기복의 <이주노동자 이야기> 다음글398화인도양 선상반란 사건, 근본 원인을 살펴야 현재글397화우왕좌왕 한국어교실 꿈은 제주도 여행 이전글396화인도네시아에 걸린 한글현수막, 무슨 말이니? 추천 연재 난 늙을 줄 몰랐다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SNS 인기콘텐츠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한강, 노벨상 수상 후 첫 공개행보 "6년간 책 3권 쓰는 일에 몰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우왕좌왕 한국어교실 꿈은 제주도 여행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399화"결혼은 35살에..." 베트남 청년 '러이'의 꿈 398화인도양 선상반란 사건, 근본 원인을 살펴야 397화우왕좌왕 한국어교실 꿈은 제주도 여행 396화인도네시아에 걸린 한글현수막, 무슨 말이니? 395화농협 하나로마트에 동남아식품 코너가 있는 이유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