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향산
장재연
그동안 대한민국은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섬유, 자동차, 선박, 그리고 반도체와 휴대전화까지 온갖 것을 팔면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로 인해 이제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는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면 최소한 국가의 품격은 지킬 때도 되었다.
절대빈곤 국가들만도 못하게, 자기 국토의 가장 소중한 보호대상 지역까지 돈벌이로 내놓겠다는 발상은 기업에만 친절한 정부가 어디까지 천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양양군이나 오색마을 경제 사정이 어려우면 별도의 지역 사업을 추진해야지, 그것을 볼모로 강원도가 국립공원 내의 시설 설치에 개입하는 것은 국립공원 설치의 법률 정신도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국립공원 관리는 이름 그대로 국가가 미래 세대를 위해 관리해야지 어느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정해진 지정로 말고는 등산을 전면 금지하고, 대피소 옆에서의 야영이나 비박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케이블카 건설과 호텔·레스토랑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것은 창조경제가 아니라 천민경제다.
국립공원을 푼돈에 쉽게 팔면 국가의 자존심이 될 수 없다. 국립공원을 훼손한 현장은 바로 '국가의 수치'가 된다. 우리나라에 높은 산은 없지만, 설악산은 암봉과 협곡이 많은 가장 험준한 산이다. 이곳에서 산악인들이 훈련하고 도전정신을 키워 히말라야, 알프스로 가서 전 세계에 대한민국 국민의 진취적 기상을 과시하였다.
그런 성지의 정상이 케이블카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 상당수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관광객들이 15분이면 오르는 별 볼 일 없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모든 산악인과 자라나는 세대들의 모험 정신과 도전정신의 상징을 욕되게 하는 만행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들은 모두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케이블카와 같은 대형시설물의 설치가 금지되었거나 제한되어야 하는 자연보전지역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사업승인을 위한 검토와 시민들의 의견수렴이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불법·부정·부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케이블카가 관광객이 걸어 올라가는 것보다 환경피해가 적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중간에 여러 개의 지주를 박아야 하고 건설과정에서 막대한 훼손이 발생한다. 정상부 등 보존이 가장 필요한 특정 지역에 대형시설을 건설하고 탐방객들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켜 환경과 경관훼손이 불가피하다.
무분별한 개발, 시민의 분노로 막아야 한다최근에는 제주 올레길을 비롯하여 둘레길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정상만을 고집하는 등산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환경적으로도 좋고, 무리한 산행을 하지 않아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이블카는 이런 추세를 다시 역행하는 반환경적인 등산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가장 부도덕한 주장은 '장애인들을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거짓말이다. 대한민국은 장애인들을 위한 시외버스 한 대 없어서, 보행권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요구도 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케이블카를 위해서는 수백억을 아낌없이 쓰겠다고 하니, 장애인 단체가 '우리를 케이블카 건설의 명분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의 거의 모든 케이블카가 적자인데, 통영 등의 극소수 사례만을 갖고 마치 케이블카만 건설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대다수 순진한 주민들을 장밋빛 거짓말로 선동하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지금 국립공원 등 자연 보전 지역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세력은 반국가·반민족·반서민·반경제 요소들은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황당한 개발이 전 국토의 자연공원을 훼손하려고 할 것이다. 이대로 대다수 시민이 무관심하게 있다가는 정부 관리들이 어디까지 국토와 국가를 망칠지 모른다. 4대강에 22조란 돈을 퍼부은 결과 지금 모든 강이 녹조로 신음하고 있다. 전북을 살리는 사업이며, 미래의 농지를 확보한다던 새만금 간척사업은 지금 어디 있는가.
잘못된 정부의 질주를 막는 길은 시민들의 분노 표출이다. 시민저항을 국립공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국립공원 훼손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국립공원 개발사업 반대','국립공원 팔아먹을 만큼 배고프지는 않다'라고.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외침과 행동이 모여야 국토의 마지막 보루까지 파헤치려는 정부와 자본의 무모한 질주를 막을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9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공유하기
'장애인 때문에' 거짓말까지, 국가의 품격은 어디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