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포카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빵집.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어울려 아침을 먹고 있다.
박혜경
눈치 없는 내가 아침마다 숙소 식당 대신 찾아간 곳은, 포카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허름한 빵집이었다.
문이 따로 없는, 한쪽 벽이 뻥 뚫린 시원한 뷰에 주민과 관광객이 어울린 풍경. '포카라 멋쟁이'의 상징인 가죽자켓을 입고 오토바이 헬멧을 한 손에 든 동네 청년도, 차분히 앉아 메모를 써 내려가는 머리가 희끗한 여행자도 모두 헤진 꽃무늬 의자에 앉아 아침을 해결했다.
왼손으로 휘휘 파리를 쫓으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면 동네 꼬마 하나가 뛰어 들어와 비닐봉지에 빵을 사서 담아갔다. 재미있는 풍경을 가진 이 가게의 또 다른 매력은 착한 가격이었다. 매일 아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곳으로 부지런히 달려온 이유이기도 했다.
네팔은 1인당 GDP가 699달러(2014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도시의 경우 체감하는 물가가 많이 다르다. 포카라는 특히 그랬다. 스테이크와 콜라 한 잔이 610루피(한화 6700원), 페와 호숫가에 앉아 먹는 찌아(밀크티)는 100루피(한화 1100원), 볶음밥에 찌아 한 잔이 400루피(한화 4400원) 가량이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그리 비싸지 않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 식당에서 마시는 맥주는 300루피(한화 3300원)를 호가했다. 더 놀라운 건 서비스 차지와 부가세가 최고 23프로까지 붙기도 한다는 점. 10프로도 13프로도 아닌 '23프로'다.
페와 호수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이 여행객 보트에 동승해 1시간 노를 젓고 받는 돈이 60루피(한화 660원)이니 1시간 일하고도 차 한 잔 못 사먹는 수준인 셈이다. '여행자 물가'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히말라야 설산이 보이는 내 방이 하루에 600루피(한화 6600원)인데 맥주 한 병이 그 절반값이다.
'숙소 빼고 다 비싸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상황이 이러니 나처럼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은 식욕에만 충실했다간 과다 지출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단돈 2천 원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동네 어디에서나 설산이... '안나푸르나 산맥의 베란다' 포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