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 인혁당 희생자 죽임당한 현장 방문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활동에 나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오후 유신독재 시절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이 죽임을 당한 서대문형무소 사형장을 찾았다.
공동취재사진
[10월 15일 서대문형무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지난 15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 사건을 비롯해 유신 시절 독재정권에 의해 희생된 인사들의 유가족과 만났다. 문 대표는 전날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집회에 참석했고,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유가족들과 마주한 문 대표는 "1975년 인혁당 사건이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한 계기가 됐다"라며 "4월 8일에 (사형 선고 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이 됐다, 4월 10일에 시위에 나섰다가 구속됐고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유가족들과 함께 실제 사형이 집행됐던 사형장으로 향했다.
사형장 내부로 들어서기 전, 문 대표는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당한 하재완 선생의 부인 이영교씨에게 "(남편께서 사형을 당한 곳인데) 보실 수 있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결국, 문 대표는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교수대에는 의자가 놓여있었고 그 위로 목에 걸었던 밧줄이 매달려 있었다. 문 대표는 멀찌감치 떨어져 선 채로 설명을 들었다. 밖으로 나와 기자들 앞에선 문 대표는 두 눈이 충혈돼 있었다.
"이곳은 일제에 맞섰던 항일 투사들 그리고 독재에 맞섰던 민주화 운동의 투사들이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처형당했던 곳입니다. 독립열사들과 민주열사들의 한이 맺히고 동시에 그 얼과 정신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아직도 친일 역사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고, 민주화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진상도 아직 다 규명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역사 국정교과서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고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독립열사들과 또 민주열사들이 친일과 독재에 맞서서 승리했던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후손들에게 똑바로 가르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합니다. 국민께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8월 14일 서대문형무소] 밧줄을 붙잡고 목에
꼭 두 달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같은 장소를 방문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 김 대표는 이날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해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을 잇달아 방문했다. 더불어 서울 종로구에 이화장도 찾았다. 이화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사적지를 돌아봄과 동시에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것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힘을 실으려는 모습으로 해석됐다.
김 대표는 문 대표와 마찬가지로 서대문형무소 내 사형장을 방문했다. 내부로 들어선 김 대표는 교수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천장에 매달린 밧줄을 붙잡고 위아래로 만지며 자신에 목에 걸어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수 명의 사진기자들이 경쟁적으로 플래시를 터트렸고, 김 대표는 살짝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밧줄을 내려놓고 "얼마나 많은 독립투사가 이곳에서 희생됐을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방명록에 "광복 70년을 맞아 내 목숨보다 내 나라 사랑에 더 큰 가치를 두셨던 순국선열들에 존경을 드립니다"라고 남겼다.
이에 앞서 이화장을 찾은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순국선열들, 나라를 찾기 위해서 그 어려운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던 우리 선열들에 대한 족적과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왔다"라며 "김구 선생은 망명정부에서 큰 역할을 했고 우리나라를 이렇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민주 국가로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에 와 감개무량하다"라고 말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은 이유를 묻는 말에는 "역사는 공과가 있는데 그동안 과를 너무 크게 생각했다. 이제는 공만 봐야 한다"면서 "과보다 공이 크면은 공을 포함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봐야만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분(김구와 이승만) 다 우리 민족의 영웅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오늘이 있기까지 두 분이 그 뿌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두 분을 존경하는 뜻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장소를 방문한 두 대표의 모습은 달랐다. 물론 시기도 다르고 그 취지도 다르다. 한 사람은 "이제는 공만 봐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을 봐야만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독립열사들과 또 민주열사들이 친일과 독재에 맞서서 승리했던 역사를 똑바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건 두 대표가 보여준 지금의 모습과 말도 언젠가 역사로 남는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행보에 위험함을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