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 코사니 운해
송성영
노트북 앞에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메모하고 있는데 또다시 전깃불이 나갔다. 배터리 충전이 되질 않는 구형 노트북이 '픽'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다. 북인도 코사니는 하루에도 수차례, 툭하면 전기가 들어왔다가 나갔다 반복한다. 이제 잦은 정전에 익숙해져 있다.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요란하게 들이닥쳤던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도 그쳤다. 별빛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뿐이라는 절대고독이 엄습해 온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갑자기 전깃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30분도 채 안 돼 다시 정전이다. 자정을 넘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잠이 오질 않는다.
불면증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인도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부터였다.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갈등 때문이었다. 땀 뻘뻘 흘려가며 생판 낯선 기차를 타고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몸 하나 챙기기 버거웠기에 그녀를 어느 정도 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일이 있었다. 자급자족을 위해 천 평이 넘는 농사를 지었고 틈틈이 글을 쓰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갱년기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화를 냈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 그녀는 '성격이 맞지 않아 못 살겠다'며 1년 내내 화를 냈다.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분노의 불을 지피곤 했다. 그 분노의 불꽃은 나를 태워버릴 듯이 달려들었다. 그녀를 향한 분노의 불꽃은 결국 나 자신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었다. 그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나는 거기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