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천막 속소에서 옷을 입고 있다가 환하게 웃어주는 네팔 노동자
송성영
"짜이?""고맙습니다."이들 노동자들은 열 예닐곱 돼 보이는 아이에서부터 50대 중반 정도 돼 보이는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보이고 있다. 이들 중에 반 수가 무비자로 국경을 넘어온 네팔 노동자들이다. 거의 다 영어를 할 줄 모른다. 네팔 노동자들 중에서 영어를 좀 하는 사람들은 코사니 호텔 주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일하고 있다. 이들 아스팔트 노동자들 중에 십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그나마 영어를 할 줄 안다. 그는 아스팔트 노동자들 중에 나와 간단한 영어로 대화한 유일한 사람이다. 그를 통해 이곳 노동자들 중에 네팔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인도 사람들은 배불뚝이들이 많은데 일당벌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마른 체구다. 본래 검은 피부인데다가 땡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그렇듯이 유난히 피부가 검다.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흰 치아가 인상적이다. 그들은 평소 굳은 표정으로 있다가 내가 웃거나 인사하거나 사진기를 들이대면 그제야 환하게 웃는다. 그렇게 웃으며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틈을 주지 않는다. 허락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힘든 일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웃을 틈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사진기 앞에서는 웃는다.
'그들은 힘겨움 일상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그들이 깔아놓은 아스팔트길을 따라 그들을 만나면서 그 표정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 사진기에 익숙해지면서 사진기 앞에서도 본래의 표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환하게 웃던 사람들에게서 굳은 표정, 웃지 않는 표정이 나왔다. 그 표정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애매했다. 미소 짓는 것 같았지만 미소 짓는 게 아니었다. 그 미소 속에서는 가난한 운명에 대한 슬픔과 분노심이 깃들여 있었다. 오래된 영화, '25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웃을 수 없는 자신의 운명 앞에서 억지로 미소 짓고 있는 주인공 안소니 퀸의 표정을 연상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