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을 더욱 운치있게 해주었던 아코디언 아저씨.
김종성
공지천 공원에서 가까운 춘천 풍물시장(춘천시 온의동)은 상설시장인 중앙시장과 함께 매 2일과 7일에 열리는 춘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오일장이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장터는 다행히 아직 파하지 않았다. 나처럼 더위를 피해 늦게 찾아온 사람, 혹은 막판 떨이를 노리고 온 알뜰손님들이 파장을 늦추고 있었다.
장터엔 먹거리가 많았지만 옥수수 삶는 냄새가 유독 코를 벌름거리게 했다. 여름 날 더위 속을 달려야 하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보약인 옥수수, 큰 솥에서 익는 냄새가 밥 익는 내음처럼 정겹고 달달했다. 홍천에서 왔다는 옥수수 알이 유독 하얗고 가지런하다 했더니 이름이 '미백 옥수수'란다. 충청도의 '대학찰옥수수'처럼 상품화한 이름이다.
딱딱하지 않은 알갱이 덕에 달착하고 보들보들한게 씹는 맛도 좋았다. 이가 약해져 '대학찰옥수수'를 못 먹게 된 어머니가 떠올라 수염이 성성한 옥수수 27개를 사 택배로 부쳤다. 단 돈 만원이니 옥수수 한 개당 400원 꼴이다. 파장이라 가격은 쌌지만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이 더위에 옥수수를 재배하고 따느라 참나무 줄기처럼 까맣고 깡마른 아주머니 팔뚝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서였다.
풍물시장 바로 뒤에 거대한 공룡처럼 롯데마트가 우뚝 서있었다. 그 너머 춘천버스터미널 옆엔 이마트가 자리하고 있고. 자전거 여행 중 오일장터에 가게 될 적마다 어디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똬리를 튼 대형마트들을 보게 된다. 대도시, 소읍을 가리지 않고 들어선 이런 대형마트를 목도하면서, 현 야당이 아무리 별별 대책을 내놓아도 민심을 얻지 못하는지 일말의 단초를 얻게 된다.
1997년 터진 IMF 사태 이후 양산된 비정규직, 대형마트들로 인해 많은 근로자, 중소상인들이 생활고에 신음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여당은 물론 야당 또한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방관했다. 10년이 넘게 쌓인 시민들의 원망과 뼈저린 배반의 경험이 현재의 굳건한 야당 불신을 낳은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