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봉 올라가는 길
황보름
오늘도 어제와 같이 남 사장님만 믿고 사라봉으로 향했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이 아플 정도로 뜨거운 햇볕이 제주를 달구고 있었다. 어제의 비와 추위는 이미 저 먼 과거가 돼버린 듯했다. 가벼운 반팔 티에 반바지를 입었는데도 옷이 버겁게만 느껴진다. 우선은 시내 쪽으로 버스를 타고 나간 뒤 그곳에서 다시 사라봉 방향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한 시간 정도 달려 사라봉 정류장에 도착했다. 260m만 걸으면 사라봉 입구이다.
세상엔 기가 막히게 길을 잘 못 찾는 사람도 간혹 있지 않나. 내가 그런 사람이다. 260m 앞에 있다는 사라봉 입구를 찾는 데 아침밥으로 보충된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다행히 제주도민을 만났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 한참을 헤맬 뻔했다.
오름의 존재를 인식하고 오름을 오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몇 번의 제주도 여행에서도 성산일출봉을 오르긴 했지만, 그땐 그저 경치 좋고 아담한 (그러나 오르기에는 '빡센') 언덕을 오른다는 생각뿐이었다. 성산일출봉도 오름이란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았다.
사라봉은 남 사장님의 말처럼 제주도민의 사랑을 흠뻑 받는 오름이다. 또 남 사장님의 말처럼 제주도민의 일상과 아주 밀접한 오름이기도 하다. 사라봉 전체가 체육공원인 사라봉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근처 도민들은 산책겸, 운동겸, 밤바람 쐴 겸, 이곳 사랑봉을 일상처럼 오른다. 그래서인지 내가 간 날도 가족 단위로 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라봉엔 올레 18길도 접해 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오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가뿐해 보이기만 한다.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여느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등산복 입고 체조하는 아저씨들이 공원에 마련된 각종 기구들을 5분 간격으로 이용하며 연신 몸을 풀고 있었다. 그 옆 벤치에는 김밥을 싸들고 온 앳된 커플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 외 대부분의 공간엔 나무와 나무가 뿜어내는 순수한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더운 날씨였지만 나무 그늘에만 들어서면 금세 땀이 식고 기운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