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상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악어 조각상이 샘터 주변을 지키고 있다.
정도길
극락전은 용연사의 중심법당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 단출한 맞배지붕 다포식 건물이다. 용연사의 전각들은 임진왜란 때 많이 불탔는데, 이 극락전은 1728년(영조 4)에 다시 지었다. 극락전은 주불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에는 아미타불이 아닌 석가모니불과 협시불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졌다. 후불탱화 역시 미타탱이 아닌 석가모니부처님을 상징하는 영산탱으로 장식하고 있다.
불전 내부는 우물마루 바닥을 깔고 내진고주를 세워 고주 사이를 후불벽으로 처리하여 불단을 꾸린 것이 눈에 띈다. 짧은 널을 가로로, 긴 널을 세로로 놓아 우물 '정'자 모양으로 짰다 하여 우물마루 또는 귀틀마루라 부른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에 알맞은 마루 형태다. 어릴 적, 작은 집에 살았어도, 그때 엉덩이를 부비며 지냈던 마룻바닥의 추억이 떠오름은 행복이리라.
부처님 앞에 경전을 펴고 엎드려 절을 올린다. 108배 하는 내내 잡상은 끊이지 않고 머리를 맴돈다. 문득, 법정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사람이 만든 불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힘들어 하며 절 할 것이 아니다"라고. 그러면서 집에 계신 부처님, 길에 널브러져 있는 괴로움을 안은 부처님께, 절하면서 시주하라고."부끄럽고 혼란스럽다.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기도하며 <108산사순례>를 하고 있는 것일까. 부처님께서는 사문에서 '생노병사'라는 네 가지 고통을 일찍 느끼면서 의문을 가졌고, 출가를 통해서 깨달음을 깨치셨다.
나는 무슨 고통과 어떤 괴로움을 느끼기에, 고행 아닌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여정을 끊지 못하고 있는가. 끊이지 않는 의문을 푸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이 풀어야 하는 과제라는 것만큼은 인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힘들게 108기도를 마쳤다. 이날 또 하나의 염주 알을 추가하면서, 의문의 숙제를 푸는 기쁨을 맛보았다.
절 마당 뒷문으로 나서니 계곡이 나타난다. 오랜 가뭄 탓에 물이 마른지 오래인 듯하다. 청운교를 지나니 명부전이고, 그 옆으로는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인 홍제문이 있다. 울창한 숲과 계곡 그리고 불성을 담은 다리 하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은 실제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날따라 화가들이 절 터 곳곳에 자리하여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