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역에 내리면 거대한 고래가 수면위로 올라와 여행자를 반긴다.
김종성
정다운 하천풍경과 비경이 이어지는 태화강 상류 역 이름과 달리 태화강 상류 쪽인 도시 외곽에 자리한 새 청사 울산역(울주군 삼남면)에 내렸다. 읍성이 있는 태화강변 동네 울주군 언양읍이 지척이다. 2010년 KTX가 서는 울산역이 이곳에 새로 개통되었고, 원래 울산역이었던 역은 태화강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 울산역에서 강 하류에 있는 태화강역까지 강변을 따라 달려가는 게 이번 여행 계획이다.
다른 도시의 커다란 기차역과 별다를 게 없는 울산역 앞에서, 자전거 헬멧과 고글을 썼다. 일상의 삶이 평평한 거울 같다면 볼록하고 까만 고글속의 세계는 다른 세상으로 변한다. 헬멧과 고글을 쓰고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는 순간, 지루하고 고단했던 일상의 나는 또 다른 자아를 갖게 된다. 네모반듯 평범했던 울산역이 새로이 보였다. 서울역 못지않게 큰 울산역 앞 광장에 거대한 고래가 숨을 쉬러 막 물위로 솟아오른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겼다. 포경 즉 고래잡이의 도시였던 울산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거대한 현대식 울산역 건물과 달리 역에서 태화강을 향해 나서자마자 사위는 푸근한 전원풍경으로 바뀌었다. 모내기가 끝나거나 한창인 논과 밭 사이로 작고 풋풋한 태화강이 마을을 보듬으며 정답게 흐르고 있었다. 신통방통한 농기계 이양기가 논에 가지런히 모를 심어주니 농부, 농모님들이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TV를 통해 본 도회적이고 화사한 강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속았다는 기분보단 잘 왔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정경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태화강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겠다. 태화강의 명물 선바위까지 십여 킬로의 길은 자전거도로가 없는 강변의 마을길, 농로를 지난다. 강가를 지나면서 마주친 구수리, 무동마을, 진목마을... 어디나 비슷비슷한 도시의 강변 자전거도로보다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