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전신 스캔을 끝내고 저요오드식으로 먹지 못했던 집밥을 먹었다.
강상오
다음날 아침 8시에 병원에 도착했다. 지난번과 같이 영상 촬영실 앞에 대기를 하고 있으니 미리 소변을 보고 기다리라고 한다. 별로 마렵지 않은 소변을 보고 잠시 더 기다리니 내 이름이 불려졌다.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들을 다 꺼내서 바구니에 담아 맡기고는 검사 장비에 올라가 누웠다. 장비에 눕는 공간은 수술대처럼 폭이 좁다. 낙상 방지를 하기 위해 수술할 때와 마찬가지로 찍찍이 테이프를 온몸에 감는데 기분이 안 좋다.
장비에 누워서 눈감고 있으면 장비가 움직이면서 전신 스캔을 시작한다. 20분쯤 지났을 무렵 장비의 움직임이 처음 촬영을 시작하기전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몸에 붙은 찍찍이 테이프를 뜯어준다. 생각보다 일찍 촬영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한 컵 주더니 다 마시고 누으라고 했다. 지난 겨울 촬영할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다시 누워 촬영을 계속하는 동안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
촬영이 끝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진료실 앞에서 기다렸다. 진료가 9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촬영이 일찍 끝나도 그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잠시 뒤 핵의학과 교수님이 가방을 들고 출근을 했고 이내 내 이름이 불려졌다.
진료실로 들어가 앉아 교수님의 모니터를 바라보니 왼쪽엔 오늘 찍은 사진이, 오른쪽엔 6개월 전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심장이 갑자기 쿵쾅거리며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면 신지로이드 복용 중단은 물론 저요오드식까지 그 괴로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또 해야 한다.
슬쩍 바라본 오늘 사진엔 목 부위 검정색 원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복부 부근이 검게 보였다. 전신 스캔은 원격 전이가 된 병소도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에 장 쪽에 문제가 생긴게 아닐까 하고 순간 걱정 했다. 하지만 내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는 교수님의 한 마디에 왈칵 감동이 밀려왔다.
"말끔히 치료가 아주 잘 된 것 같네요~ 혈액검사 수치 또한 정상입니다. 그동안 수고 하셨어요~"복부 부근에 검게 보이는 부분은 장속에 가스나 음식물로 인해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며 괜찮다고 하셨다. 이로써 약 8개월간의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끝났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그동안 신지로이드 복용 중단 부작용에 시달리며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해방'의 기쁨에 너무 기분이 좋아 운전을 하면서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집으로 돌아와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신지로이드를 꺼냈다. 이제 죽는 날까지 매일 아침 먹어야 하는 내 생명과도 같은 약. 흰색 한 알과 분홍색 반 알이 들어 있는 약 봉지를 찢으며 웃었다. 그리고 늦은 아침을 준비했다. 스캔 하고 오면 꼭 먹고 싶다고 어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김치찌개'를 만들어 놓고 외출을 하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표 김치찌개'로 내가 살아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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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수치 정상입니다" 차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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