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우리나라의 24대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김현경씨.
김현경
"헐! 너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야? 진짜야?"
중2 때 친구들은 또래들보다 키가 작은 현경을 붙잡고 물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후로 줄곧 반장을 도맡아 온 현경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24대 대통령이 될 거예요, 그때 제 나이가 쉰둘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올해 24살. 어릴 때부터 가꾸어 온 꿈은 그대로이다. 사람들은 이제 신기해한다. 질문은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네가 대통령 된다고 쳐. 그전에는 뭐할 건데? 고시라도 준비해서 붙어야지."현경이 다닌 대전의 동방여중은 매년 합창제를 열었다. 현경은 지휘자, 반 친구들을 독려하면 아름다운 화음이 나올 줄 알았다. 웬걸! 분열이 일어났다. 그때부터 현경은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챙기는 일을 생각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최고의 리더인 대통령이, 현경의 꿈이 되었다. 중학교 졸업할 때는 대통령 출마 38년 남았다면서 친구 100명한테 서명을 받았다.
고등학생 현경은 제복 입은 사람들을 동경했다. 입시철이 되자 목표는 정확했다. 제복을 입고 대학을 다니는 간호사관학교,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에 지원했다. 떨어졌다.
지방대생이라는 자격지심, '열공'으로 극복 현경의 부모님은 '우리 딸이 해양 쪽에 관심 있구나'라고 여겼다. 해양학과가 있는 국립대학교 몇 곳에 수시전형 원서를 접수했다. 덜컥, 군산대학교 해양학과에 합격하고 말았다.
"수시(전형) 되면, 정시(전형) 지원을 못 해요. 재수할까도 생각했죠. 저는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근데 집안 형편도 생각해야죠. 부모님이 항상 '대학 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줘야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더구나 제가 동생이랑 한 살 차이에요. 만약에 재수하면, 걔 친구들이랑 친구가 되는 거잖아요. 그때 당시에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2011년 3월, 군산대학교 해양학과 최병주 교수는 신입생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성적이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지방대에 왔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거라고. 그러니까 졸업 이후를 준비하라고. 현경은 그 통상적인 말을 '완전히 미치도록 공부해 보자'로 해석했다. 24학점씩 5학기, 남은 1학기에 20학점을 이수하면 140학점. 졸업은 3학년까지만 다녀도 가능했다.
현경은 지방대학생이 된다는 것에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다. 명문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력 세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아침마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기 위해 30분 먼저 도착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교수들도 "6학기 만에 졸업할 거예요"라는 현경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선배들도 연결해주고, 다른 과의 좋은 강의도 추천해 주었다.
"제가 강의도 많이 들었지만 대외활동도 많이 했어요. 3년 동안 근로장학생(학과 사무보조)을 했죠. 해양학과 부학회장이랑 총동아리 연합회 활동도 하고요. 크고 작은 외부활동에 총 40회 참여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100번 넘게 자기 소개서를 썼죠. 60번은 떨어진 셈이죠. 해외봉사 활동 갈 때도 제 돈은 30만 원만 들여서 갔어요." 현경이 부모님한테 받는 용돈은 한 달 10만 원, 생활을 잘 꾸리는 게 중요했다. 학비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항상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근로장학생을 하면서 월 30만 원을 받았다. 각종 서포터즈 활동을 해서도 돈을 벌었다. 1학년 끝나갈 때, 현경의 통장에는 300만 원이 모였다. 자신감이 붙은 그녀는 한 달에 50만 원씩 적금을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