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의 북카페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있다.
모철홍
더불어락 1층엔 북카페가 있다. 12일 오후, 올해 예순일곱의 송희순(여, 광주 광산구)씨가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송씨는 "이거(북카페) 우리가 다 돈 모아서 만든 거제"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북카페는 광주 광산구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지역사회와의 연대로 이어져 탄생했다.
2011년 이 지역 노인 400여 명은 '운남골 작은도서관 건립위원회'를 만들어 4900만 원을 모았고, 일일호프를 열어 부족한 자금을 채웠다. 특히 건축·설비·전기공사 등의 경험이 있는 노인들이 직접 팔붙이고 나섰다. 건축업체를 운영한 경험으로 보수 없이 공사를 감독한 양매선(68, 여)는 지금도 "평생했던 공사 중 더불어락 북카페가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말한다.
노인들이 힘을 모아 북카페를 만든다는 입소문이 나자 지역사회의 도움도 이어졌다. 가구업체 라인퍼니처는 책상과 의자를 가져와 열람실을 만들었고, <시사인> '기적의 책꽂이'와 세종문고, 문학나눔, 프르덴셜생명보험은 책 5500여 권을 보내줬다. 살레시오초등학교 학생들은 커튼을 보내왔다.
이날 북카페 계산대를 지키던 송씨는 더불어락에 들어오기 전 류마티스관절염, 유방암과 싸우며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처음 (더불어락에) 왔을 땐 계단 한 칸도 못 올라갔다"던 그는 "이젠 건강해져 이렇게 커피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를 비롯한 더불어락 노인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유자차와 생강차 원액을 가져와 손님들에게 차를 내놓는다. 커피 내리는 솜씨도 여느 바리스타 못지 않다. 특히 송씨는 "몸이 건강해진 것도 좋지만 마음이 참 편하고 풍요로워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여기서 번 돈으로 손주들 선물도 사고, 얼마 전엔 아들 에어컨 사는 데 돈을 보태줬다. 물론, 아들은 마다하지만 이 나이에 내가 번 돈으로 자식들과 손주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강 관장은 "인간은 어떨 때 가장 행복할까"라며 "노동 가능한 근력을 갖고 있는 한, 자기 노농을 통해 자기의 삶을 영위하게끔 만드는 게 최고의 복지다"라고 강조했다.
노인만의 공간? 지역사회 위해 기꺼이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