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업실 꼬물은 학생들의 상상력이 물건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선운중 학생들이 꼬물에서 학교에 상주하는 이호동 작가와 함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운중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의 탄생"을 꿈꾸고 있다. "학교는 1년 단위로 돌아간다. 선생님도 매번 바뀐다. 때문에 생명력이 짧고, 문화가 없다. 이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졸업해 학교를 떠나도 이 지역 주민으로 남는다. 본인의 재능을 계속 학교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걸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다. 교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주도한 교사가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그 사업이 중단돼선 안 된다. 학교는 더 이상 교사의 것이 아닌 지역의 것이다. 그래서 학교 안 추진단과 함께 학교 밖 추진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어떤가."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행복을 느꼈다. 학교라는 공간이 일시적으로 스쳐 가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참여할 수 있고, 내 의견이 반영되고, 그에 따라 무엇이 탄생할지 상상하는 공간이 됐다. 지금을 살게 된 것이다.
학부모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인문공간 2037'의 인문학강좌 등 학부모들의 참여가 굉장히 활발하다. 학부모들이 이 공간에 오면 무척 행복해한다. 인문학강좌가 총 12회였는데 그 후기 중 한 학생의 어머니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자기 정화다. 학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 쉽지 않은 시도였을 것 같은데."안 하던 짓을 한다는 건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쓴다는 것을 의미하고, 학교 입장에선 굉장히 힘든 시도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행정실장은 예산을 집행할 때마다 이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이 안 돼 고생이 많았다. 어쨌든 교장 이하 많은 학교 구성원이 사고를 치는 것을 알면서도 참아줬고, 이 사고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거란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 학교 안에서 '기다리는 팽목항'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교육하면 좋을까, 다른 교사들과 교무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슬픔을, 누군가는 그리움을, 누군가는 행동을 이야기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수업했고, 수업 내용을 학교에 전시했다. 전시해놓고 보니 이것도 하나의 교실이고 공간이더라.
지난달에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조은화 양의 부모님이 우리 학교를 찾았다. 학생들은 실종자 부모님이 온다는 것,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 선물할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고, 고마워했다.
아이들이 이러한 감정을 느꼈다면 타인의 고통을 시혜의 방식이 아닌 나의 견강한 삶으로 연결해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극적 유희가 아닌 삶의 재미를 느끼고, 시간을 잘 가지고 놀 수 있는 자기 삶의 기획자가 된다. 말 그대로 건강한 시민으로 기르는 과정이다."
- 교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수업을 하다 보면 '읽어야 해', '판단해야 해', '실천해야 해' 등과 같이 학생들에게 당위적인 것을 많이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그럴 기회를 얼마나 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배웠던 것을 내 삶으로 이어질 수 있게 수업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게 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기다림의 팽목항 전시를 하고 나니 한 학생이 팽목항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하더라. 그래서 부모님 차를 타고 가지 말고 직접 표를 끊어 가보라고 했다. 스스로 차편을 알아보고, 부모님을 설득해 팽목항에 다녀온 이 학생이 한 단계 깊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교실에서의 점수를 위한 실천이 아닌 본인이 직접 기획해 진행하는 실천을 제공하는 게 앞으로 학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