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바다와 기암, 등대가 아름다운 죽성리 해안가.
김종성
기장읍 죽성리 바닷가를 달리다보면 부산의 봄은 바닷가에서부터 오는구나 싶다. 5월의 눈부신 햇살을 실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여행자의 마음을 한결 느긋하게 해준다. 바닷가 2차선 해안 길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굽이굽이 이어진다. 한적하고 거칠 것 없는 시야, 해안을 따라 늘어선 기묘한 모양의 큰 바위들을 감상하느라 눈이 즐겁다.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생미역을 손질하는 두호마을 바닷가에 '어사암'이라는 바위가 눈길을 끌었다. 1883년에 대동미를 실은 배가 매바위로 불리던 이 바위 앞에서 침몰하자 주민들이 파도에 휩쓸려온 쌀을 주워 먹다 수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진상조사를 나온 암행어사 이도재가 풀어줬다고 해서 어사암으로 바뀌었다고. 청잣빛 바다를 실컷 눈에 담으며 드라마 세트장이라는 흰 성당이 잘 어우러진 죽성리 해안가를 지나면 기장의 명소 대변항이 나온다.
봄을 맞은 대변항은 한껏 부산했다. 좀 거시기한 이름의 대변항(大邊港)은 알고 보니 '가장자리가 큰 항구'라는 뜻. 매년 봄에 멸치 축제를 할 정도로 봄 멸치가 유명한 곳이다. 전복죽을 팔던 '손 큰 할매집', '뚱보 할매집', '해녀 천지 할매집' 등 토박이 가게들도 이맘땐 멸치구이, 멸치 회 무침, 멸치 찌개, 멸치 쌈밥, 멸치 젓갈 등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작은 멸치로 뭐 먹을 게 있을까 싶지만, 대변항의 '왕멸치'는 구워 먹고, 무쳐 먹고, 끓여 먹는다. 다른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한 보조 재료가 아닌 당당한 요리의 주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