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산들바람을 시작하며 야산을 고추밭으로 개간하던 모습
산들바람카페
'산들바람'은 콜텍 농성자들의 생계비 마련을 위해 콜텍의 해고자들이 운영해온 장류 사업의 이름이다(2009년~2014년, 대전 성북동에 위치한 작은 농가에서 생산). '산들바람'은 임재춘의 농성일기 16회에서도 밝혔듯 여러 가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작년 가을부터 정리 수순에 들어갔고, 최근에 사업이 종결되었다(관련기사 :
<해고자 살리던 '고추장', 올해는 담그지 못한 까닭>).
작년 6월 12일 대법원은 콜텍의 정리해고가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로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적 투쟁에서 모두 패소한 콜텍지회는 농성자들의 생계유지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들바람을 정리하기로 했다. 산들바람의 정리는 콜텍의 농성자가 6명에서 3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콜텍의 농성단은 인천 갈산동의 천막농성장을 유지하는 3인(김경봉, 임재춘, 이인근)으로 축소되었다.
농성자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남은 자들의 무게와 털어낸 자들의 허망함이 커지는 것이다. 최정진 산들바람 운영자는 그 아쉬움을 이렇게 전했다.
"끝을 봐야 하는데, 뭐라도 결말을 갖고 다 같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3명이 먼저 또 정리를 하고 남은 사람들을 지켜봐야 하는 게 무엇보다 마음에 걸려요. 다 같이 돌아가면 정말 좋을 텐데. 사회적으로 이 농성은 여전히 정당한데, 그걸 알면서도 농성자 개개인의 고통스러운 삶도 무시할 수 없고. 원망만 늘어요. 이 사회에 대해..."고추장, 된장을 담그면서 지켜온 신념이나 희망이 '산들바람'이 사라졌다고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남은 사람들의 몫과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부채감은 분명 늘어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들바람을 정기적으로 구매했던 시민들 대부분이 산들바람의 장을 먹지 않고도 다달이 그 후원금을 납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콜트 콜텍의 해고자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들바람이 정리 수순을 본격적으로 밟아가기 시작할 때부터 임재춘 조합원은 농성에 관한 회의 섞인 말들을 자주하였다. 다른 이들과 사사로운 일에 날을 세우는 일도 많아졌다. 내 눈에 임재춘 조합원은 많이 변한 것처럼 보였다. 급기야 농성을 그만하겠다는 말까지 꺼내었다.
다른 농성자들은 그런 임재춘 조합원에게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이미 작년 서울 고법 판결 패소 직후에 임재춘 조합원은 말없이 며칠 동안 농성장을 비운 바 있었고, 그때도 농성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 그에게 다른 농성자들은 남아있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하며 조금만 더 싸워보자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결국 꺾이고 말았다.
갈피 잃은 원망의 화살이 체념으로 돌아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