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상임대표
남소연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해야 합니다. 기억합시다."
아나운서 출신 정미홍씨는 지방선거를 겨냥하여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종북 성향'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은 반발했고, 적지 않은 누리꾼들도 정씨의 글을 성토했다. 그러자 정씨는 다음날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자질이 의심되는 지자체장과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을 퇴출해야 한다니까 또 벌떼처럼 달려드는군요. 그들은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ㅉㅉ"
당사자인 김성환 노원구청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개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각각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을 내린 법원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이라는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법원은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것인 이상,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표현행위에 의하여도 성립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이어 "이른바 '종북(從北)'이라는 말은 문자적으로 '북(북한)을 추종하는 것'을 의미하고, 보통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일컫는 데 쓰이는 말"이라면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나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종북 성향'의 인사로 지목되는 경우 그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그로 인하여 그 사람의 명예가 훼손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아무런 전후 맥락 없이, 또한 구체적인 전제사실의 적시 없이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으로 단정하고 지방 선거에서 퇴출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행위는 사회적 평가를 현저하게 저해시키는 표현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근거없는 종북 단정은 표현의 자유 넘어서는 위법행위"법원은 "'종북 성향'이라는 표현은 경우에 따라서 단순한 의견 또는 논평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아무런 전후 설명 없이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으로 지칭하는 글을 게시하였다면, 이는 '종북 성향'이 있다는 사실, 즉 북한 정권의 주장이나 정책에 찬성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상을 가졌거나 그러한 언행을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포함한 표현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적시했다.
다시 말해 "북한을 추종하는 정치인은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고 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정씨는 위법성조각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목적이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종북성향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고, 당시의 상황이나 그 표현행위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성은 인정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 근거가 매우 박약함에도 불구하고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이라고 단정하여 지칭한 행위는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트위터에 공적 관심사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게시글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다른 성향의 정치인이나 공인에 대하여 충분한 근거 없이 '종북'이라 지칭하는 행위는 그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고, 합리적인 토론과 소통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은 공인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종북'의 낙인을 찍는 것은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명예훼손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판결로 정씨는 두 사람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다(이재명 시장 사건은 1심 판결이 확정되었고, 김성환 노원구청장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판결②] '이정희·심재환은 종북 부부'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