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한 신은미씨(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남편 정태일씨(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은미
그 종북몰이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통일토크 콘서트'였습니다. 종편 등 보수 언론은 이 행사에서 신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북한을 찬양하는 등 '종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단체가 두 사람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보법 7조, 이른바 찬양·고무 조항입니다. 지난 군부 독재 정권시절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이 조항으로 고문과 옥살이를 당했습니다. 악법 중의 악법으로 불리며 유엔 인권이사회도 폐지를 권고한 독소조항이기도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국보법이라는 칼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조항은 한 차례 개정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직선제 개헌 등으로 민주화된 이후 국보법에 대한 개정, 철폐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1990년, 국보법 7조에 대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경우에 한해 이를 적용하라"고 결정(90헌가11)한 것입니다. 이후 국회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분명히 했습니다.
물론 국보법은 대한민국의 엄연한 현행법입니다.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범죄가 됩니다. 또 간첩이나 북한을 이롭게 한 사람들은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찬양·고무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안전존립과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먼저 성립돼야 합니다. 이는 무분별한 기소 남용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검찰의 기소유예, 패소 우려했을 듯검찰이 지난 9일 발표한 수사 결과에는 이 전제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신씨가 북한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표현들이 모두 찬양·고무에 해당하며 북한을 이롭게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치 "북한 아이들이 노래를 잘한다"고 칭찬을 하면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 겁니다. 하지만 신씨의 책과 황선 대표와의 대담집은 북한의 가난한 실상을 묘사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관련기사:
신은미가 '종북'? 도대체 무슨 근거로)
검찰은 지난 9일, 수사발표에서 신씨가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 하에 있는 것을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영화인 <심장에 남는 사람>의 주제가를 불렀다며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에서 치밀하게 사전 연출된 사실에 기초하거나 신씨의 다년간의 경험에 기초한 것을 일방적으로 왜곡해 마치 그것이 북한 전체의 실상인양 오도했다"며 "결국 북한 세습정권과 독재체제를 미화 내지 이롭게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초범인 점, 민권연대와 황선 등이 주도하는 행사에 이용된 측면이 있는 점, 검찰조사에서 북한의 3대세습과 독재체재, 인권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진술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기소유예는 검찰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신씨를 재판에 넘기면 검찰이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이미 같은 이유로 기소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한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북한의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 글을 리트윗(RT)해 북 체제를 찬양·고무했다는 혐의로 기소 당했던 박정근(27)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요건으로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관련 기사 :
"트위터? 계속 해야죠,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이같은 경험이 있는 검찰로서는 신씨에 대해 기소유예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