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강가를 향해 종교 의식을 치르는 힌두교도들
송성영
힌두교도들의 종교의식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내게 손짓을 한다. 그가 가리키는 바닥에 금이 그어져 있었다. 일정한 공간을 성역처럼 확보해 놓고 그 안에서 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종교 의식을 이끄는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그중에는 열일곱 살도 안 돼 보이는 청소년도 있었다. 그가 열정적으로 경전을 암송하면서 줄지어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 놓인 빈 접시에 제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지금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나는 함께 구경하던 중년의 인도 사람에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는 내게 장황하게 설명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그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가트에서 종교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은 모두 힌두교도들이며 가족 단위로 의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의식의 목적은 갠지스 강을 상징하는 강가 신에게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Ganges) 강을 '강가'(Gaṅgā)로 부르는데, '강가'는 갠지스 강을 상징하는 여신의 이름이다. 강가는 영어 표기인 갠지스 강의 본래 힌디어 이름이며, '어머니 강가'로 신성시 여기고 있다.
힌두교도들은 자신들의 성지로 여기고 있는 바라나시, 갠지스 강에 몸을 씻으면 죄와 업이 씻겨나간다고 믿고 있다. 또한 시신을 태워 그 재를 갠지스 강에 뿌리면 열반에 들 수 있다고 한다.
힌두교도들이 의식을 치르고 있는 바로 아래에서는 오물투성이의 강물에 몸을 담그고 어떤 이는 입을 헹구기도 한다. 더럽다는 것은 무엇일까. 탐욕스럽고 분노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자리만큼 더러운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오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저들이 씻어 내는 것은 몸의 때를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비로운 어머니의 품에 안겨 더러운 마음자리, 탐진치(불교 용어로, 탐욕스럽고, 분노하며, 어리석은 상태)를 씻어내겠다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 강가'. 자식이 그 어떤 추악한 죄를 저질렀다 해도 용서해 주는 존재가 어머니가 아니던가. 인간들이 온갖 오물로 '어머니 강가'를 더럽히고 욕되게 하고 있지만 '어머니 강가'는 그 모든 것을 받아주고 있었다.
탐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은 신성한 어머니 강가를 더럽히는 오물이나 다름없었다. 그 오물이나 다름없는 죄 많은 인간들은 강가에 몸을 담가 그 자비로운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자비심은 멈춤 없이 흘러가는 강줄기처럼 무한했다. 강가는 히말라야에서부터 흘러온 강이다. 인간을 정화하는 어머니 강가는 히말라야에서부터 흘러내려 온 대자연의 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