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포스터
단유필름
- 1950년대 <쿼바디스 도미네>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같은 제목을 쓴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1951년 할리우드판 <쿼바디스>에서는 베드로가 네로의 박해를 피해 떠나는 길에서 예수께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어요. 그러나 2014년 한국판 <쿼바디스>에서는 예수께서 '한국 교회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쿼바디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회와 목사님들이 나오지만,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던지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Where are you going?)'라는 질문은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향해 있습니다. 내가 출석하는 교회가 문제없으니, 다른 교회는 문제가 있든 말든 한국교회가 무너지든 말든 상관하지 말자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순간, 그 다음 타락의 쓰나미는 당신의 교회를 덮칠 겁니다."
- 말씀을 들어보면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이 <쿼바디스>를 탄생시킨 게 아닌가 싶은데요."크리스천으로서의 고민이 제 직업과 만나 탄생한 게 <쿼바디스>입니다. 각자 자기의 직업에서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Where are you going?)'에 대답하는 표현들이 있을 거예요. 평균적인 도덕성을 가진 한국 회사에 만연한 리베이트 문화를 거부한다든지,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타락한 목사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든지, 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해도 절대 선생님께 촌지를 주지 않는다든지… 각자 두려움을 떨치고 표현하면 좋겠어요. 왕따를 각오하고 좌판을 엎는 거죠."
- 영화가 단순히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을 가미하는 등 구성이 탄탄하던데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으셨어요?"<쿼바디스>는 <트루맛쇼>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죠. <트루맛쇼>는 제가 만들어낸 TV맛집(가상의 공간)으로 미디어와 방송제작진, 시청자를 초대해서 돈이 창조해 낸 '미디어의 허상' 즉 천박한 맛을 보여주는 우화였다고 하면, <쿼바디스>는 제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들을 이슈가 벌어지는 한국교회 현장에 투입한 영화입니다. 가상과 현실을 뒤섞는 데에 관심이 많고, 무거운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재밌게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 각본을 직접 쓰셨던데 어땠어요?"<쿼바디스>에 나오는 교회와 목사님 그리고 사건들은 '성직주의', '승리주의', '성장주의', '정치교회', '회개와 용서' 등 기독교계의 중요한 이슈들을 상징합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의 <다시 프로테스탄트>라는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근데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다 보니, 처음 제가 썼던 시나리오대로 현실은 돌아가지 않았죠. 인터뷰이는 계속 추가되고 실제 한국교회에 또다른 중요한 이슈가 부각되고… 제작은 계속 시나리오가 바뀌는 과정이었어요."
- 영화 중에 배우들의 연기가 있는데 안석환씨는 드라마 명품 조연이시죠. 섭외 과정이 궁금해요."안석환 선생님은 진짜 배우죠. <MB의 추억>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MB의 1인칭 내레이션을 기꺼이 맡아줄 정도로 거침없는 분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교회 권력자 길 목사 역할을 맡겼어요. 그게 어떤 배역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하셨어요. 그런데 모든 촬영이 끝나고 헤어질 때 '김 감독. 우리 앞으로 다시는 보지 맙시다. 보면 볼수록 위험한 사람이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다음에 전화하면 그 어떤 악역도 다 감당해주실 걸 알고 있습니다."
- 이용마 기자라든지 최승호 PD등 MBC 해직 언론인도 나와요."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한 명씩 계속 잘리면서 캐스팅이 풍성해졌죠. 실질적인 캐스팅 디렉터는 김재철 사장님입니다."
- 길 목사와 최승호 PD의 인터뷰 장면이 코믹하던데… 최 PD 출연을 가능하게 해준 김재철 사장님께 감사드려야겠어요.(웃음)"원래 초기 시나리오엔 <뉴스타파> 출연이 아니라 토크쇼에 출연하는 신이었어요. 그러나 <뉴스타파>가 된 것은 때맞춰 MBC 김재철 전 사장님이 최승호 선배를 잘라주셨기 때문이에요. <트루맛쇼> 때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영화 홍보에 큰 도움을 주시더니, 이번엔 캐스팅의 어려움을 한 방에 해결해 주셨어요.
그 분은 정말 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승호 선배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학 연극반의 에이스였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연극배우로 나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하시던데 연기를 얼마나 잘하시는지 <쿼바디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한국교회가 <쿼바디스> 정도의 표현도 못 받아들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