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만난 인도자매의 미소
송성영
황금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힌두교인 시크교인 기독교인 불교인 등의 종교며 가난하거나 부유한 사람, 외국인을 따지지 않는다. 모두가 평등하다. 한자리에서 앉아 차별 없이 똑같은 음식을 받아 식사를 한다. 자신들의 종교적 이념조차 내세우지 않고 아무런 조건도 없이 평등하게 베풀 수 있는 시크교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무 조건 없이 평등하게 베푸는 시크교힌두교와 이슬람교를 통합한 시크교의 개조(開祖) 나낙(1469∼1539)은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를 배격하고, 하느님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인간의 절대 평등을 내세웠다. 지금의 파키스탄 땅인 라호르 근처에서 출생한 하급 카스트 출신인 그는 30세 무렵에 신의 계시를 받고 인도 각지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를 순례했다.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비롯해, 스리랑카,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키랏 카로 (Kirat Karo 착취 또는 거짓 없이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 나암 자프나 (Naam Japna 성스러운 신, 하느님을 향한 끊임없는 헌신) 반드 차코 (Vand Chakko 남들과 나누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등의 원칙을 세워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평생 떠돌아다니며 탁발 수행을 했던 구루 나낙, 따지고 보면 그가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그에게 보시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자비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고 또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자비로 인해 오늘의 시크교가 세워졌던 것이기도 하다. 시크교의 성지 황금사원이 종교를 초월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이웃에 보시하는 것은 바로 그 자비심을 되돌려 주는 것이기도 했다.
황금사원에서 식사를 하면서 한때 나와 함께 공부했던 전남 순천에 자리한 대안학교, '사랑어린 학교' 아이들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손수 차린 식탁 앞에서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밥은 혼자서 독식할 수 없는 하늘이니 황금사원 식당에서 그러하고 있듯이 평등하게 나눠 먹어야 한다. 황금사원에서 내게 베풀어 주는 한 끼 식사, 밥은 하늘이었다. 또한 시크교인들이 이웃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하늘을 모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과 이웃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고 있는 시크교의 자비심은 사람이 곧 하늘임을 말하고 있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보통 인도인들보다 큰 덩치에 강인한 체력으로 인도 군인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시크교인들, 나는 그들의 강인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세계를 맛보고 있었다. 음식의 맛보다는 시크교의 진면목과 시크교도들의 자비심을 맛보고 있었던 것이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세계적인 문화재를 구경시켜 주고 먹여주고 거기다가 재워주기까지 하는 시크교인들, 마치 친척집이나 잘 아는 지인들에게 손님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 인도에 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감동의 한복판에서 인도의 맛, 현기증 나도록 베풀고 있는 시크교의 맛을 보고 있었다. 예수의 사랑이나 부처의 자비심이 따로 있겠는가. 황금사원은 모든 종교들이 추구하는 자비심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