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게요리 명가 왕바오허의 게요리상하이 게요리 명가 왕바오허의 게요리. 가장 저렴한 메뉴인데, 꽃으로 장식했다. 이집 특유의 황주와 조화를 이룬다
조창완
역사는 짧지만, 상하이는 지앙저요리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중국 최대의 국제도시이니 중국의 명 요리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모든 음식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세계 음식점 목록에는 여러 곳의 상하이 지역 음식점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상하이 요리에서 가장 이름난 것은 상하이 게요리다. 10월 말경 양징후(陽澄湖) 따자셰(大閘蟹)가 유명하다. 양징후에 게가 살찌는 가을을 <홍루몽>의 작가 조설근(曹雪芹)은 "엄지발을 묶어 쌍쌍이 아름다운 옥(게)이 차면, 요철(게를 먹는 도구)을 든 손에는 향기가 스미네"라는 말로 묘사했다. 사실 상하이 게는 천정부지인 가격과 달리, 먹을 수 있는 양은 극히 적다. 따라서 게를 맛있고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도구들이 8가지나 있다. 그 안에는 작은 망치, 가위, 집게 등이 있다.
중국 어느 지역에서나 이쪽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체인점도 있다. 그중 샤오난궈(小南国)나 셴헝주점(咸亨酒店)을 권한다. 우디런지아(吳地人家), 루루지우지아(鷺鷺酒家), 쿵이지지우루(孔乙己酒楼)도 유명한 체인점이니 이용해도 무방하다. 이쪽 지역은 바다도 가깝고, 물자도 풍부해 비교적 짜게 먹는다. 따라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좀 싱겁고(淸淡), 샹차이를 빼달라는 주문을 해두는 게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음식의 본가 광둥요리는 각양각색의 딤섬중국 8대 요리에 꼭 들어가는 광둥요리는 어떤 음식일까. 광동요리를 일컫는 가장 대표적인 말은 위에차이(粤菜)다. 위에(粤)는 광동의 간칭으로 광둥성 차들의 앞에는 이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지역은 발음이 같은 월(越)의 지역인데, 음식의 구분으로 본다면 광둥성의 중심인 광저우를 대표하는 광저우차이(廣州菜), 동부음식을 대표하는 차오저우차이(潮州菜), 후이저우(惠州)를 중심으로 하는 동지앙차이(東江菜)가 광둥요리의 3대 대표주자다.
하지만 중국 사람에게 중국음식의 본가는 아무래도 광둥요리다. 실제로 식당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메뉴 가운데는 광둥요리가 많다. 이는 광둥요리가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귀한 사람을 대접할 때는 광둥요리를 대접해야한다는 분위기를 만든 탓이다.
광둥요리가 중국 요리를 대표하는 이유는 우선 재료를 풍부하게 쓰고, 조미료 배합이 정교하기 때문이다. 광둥요리는 삶는 방식(烹調)을 선호하는데 상대적으로 삶는 기술은 튀기거나 볶는 것에 비해 더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조리사의 능력이 필수적이다.
어떻든 광둥요리가 지향하는 바는 맑지만 싱겁지 않고(淸而不淡), 신선하지만 일반적이지 않고(鮮而不俗), 말랑말랑하지만 너무 날것이 아니고(嫩而不生), 기름을 치지만 느끼하지 않은(油而不腻) 것을 주요한 미덕으로 친다.
이제 광동요리의 역사를 보면 조금은 황당한 홍콩 음식영화인 쉬커(서극) 감독의 <금옥만당(金玉滿堂: Chinese Feast, 1995)>이나 저우싱치(주성치) 감독의 <식신(食神 1996)> 등으로 즐겨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인에게 광둥요리의 가장 익숙한 지명은 차오저우(潮州)다. 차어저우는 광둥성의 가장 동부지역으로 해안도시인 산토우(汕頭)의 바로 위에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오저우 음식 특유의 향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차오저우 음식은 원래 향(香), 농(濃), 선(鮮), 첨(甛)을 선호하고, 향료로 위루(魚露), 사차장(沙茶醬), 메이까오장(梅羔醬), 지앙주(姜酒) 등을 선호하는데 이 재료의 대부분이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편이다.
광저우가 아닌 타 지역에서 광둥요리를 즐기는 가장 편한 방식은 진딩셴(金鼎軒)일 듯하다. 진딩셴은 베이징에만 해도 몇 곳이 있는데 특히 광동 특유의 딤섬으로 유명하다. 특히 밤늦게까지 영업해 밤 술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 중 하나다. 샤지아오황(蝦餃皇), 피단쇼로우주(皮蛋瘦肉粥), 샤지아오(蝦餃), 단단미엔 등은 단순하기는 하지만 즐기기 편한 음식이다. 그밖에도 강리찬팅(港麗餐廳) 등은 중저가 광동요리 전문점이고, 탕궁하이션팡(唐宮海鮮舫) 등 해산물 위주의 광동요리전문점도 있다.
중국 유명요리 중에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많은 곳은 쓰촨요리와 후난요리다. 두 곳 요리 모두 매운 맛에는 일가견이 있다. 쓰촨요리는 마른 고추를 많이 써서 입속에서는 맵지만, 넘기면 매운 느낌이 덜하다. 반면에 후난요리는 생고추를 많이 써서 들어가서도 매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중국 음식의 세계를 가장 확장시킨 인물로 서태후를 꼽기도 한다. 서태후는 같은 음식을 절대 올리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요리사들은 음식의 계보를 만들고, 하루하루 다른 음식을 내놓았다고 한다. 목숨을 건 음식 만들기가 지금 중국 요리의 토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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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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