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공판 참석하는 최승호 전 MBC PD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최승호 PD가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3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성호
-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하셨잖아요. 당시 어떤 느낌이었어요?"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는데 저와 동료들이 해고 무효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큰 의미를 갖는 것이 지금까지는 방송사가 공정보도를 조건으로 한 파업에서 법원이 정당성을 인정 안 했어요.
예를 들어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하더라도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해서 해고 무효가 아니라 징계 하는 것 자체는 맞는데 해고는 지나치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어요. 이번엔 그게 아니라 파업이 정당했다고 본 거예요. 왜 그렇게 보냐면 공정보도가 언론인의 의무이기 때문에, 공정보도의 의무를 저버린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반대하여 언론인들이 파업이라는 수단을 쓴 것은 합법적이라는 거예요.
그것은 지금까지의 법원의 입장과 다른 새로운 판결입니다. 이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매우 선진적인 판결로 생각하고 앞으로 대법원에서 받아 들여져서 하나의 판례로 성립된다면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확장시키는 판결이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판결은 저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인 모두가 자축해야 할 판결이라고 생각하죠."
- 하지만 MBC는 당일 자사 뉴스를 통해 법원 판결을 비난한 것도 모자라 일간지에 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광고를 실었는데..."지금 MBC 상황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차기사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김종국 사장이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그래서 자기들이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쪽에 MBC를 앞으로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 컨트롤해 갈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수억 원씩 써가며 광고한 거겠죠.
일반적으로 판결에 대해서 불복할 수 있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기본적인 권한인데 언론사라고 하면 법원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입장이 필요해요. 언론사가 광고로 논리에도 안 맞게 법원을 비난하기 보다는 정리된 입장을 간단히 밝히고 항소를 함으로써 항소심 재판부에 판단을 구하면 되는데 그것을 굳이 동네방네 떠든 거죠."
- 이달 말쯤 MBC 신임 사장이 선출됩니다, 김재철 라인 사람들이 지원한다는 말도 있던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김재철 라인들이 여러 명 지원했어요. 어차피 차기 사장도 박근혜 대통령 쪽에서 결정하는 사람이 되는데 김재철 라인 사람이라거나 그게 아니라도 현재처럼 MBC를 '땡박뉴스'하는 방송사로 만들어갈 사람을 사장으로 앉힌다면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을 완전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겠죠.
지금까지는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 놓은 언론환경을 박근혜 정부가 즐긴 측면이 강했어요. KBS 길환영 사장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건 아니고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씨의 잔여 임기를 한 거란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정식으로 3년 임기 박근혜 정권과 같이 가는 사장을 뽑는 거죠. 여기서 만약 '땡박뉴스' 할 사람을 MBC 사장으로 보낸다면 아마도 강한 방송인들의 저항에 새롭게 부딪힐 것이고, 언론 문제에 대한 책임을 박근혜 정부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들어가는 거겠죠."
- 지난 10일 MBC는 지난 2008년 광우병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인사위에 회부했던데."그것은 보수진영의 진영논리에 따른 결정인 것 같아요. 광우병 보도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국민의 의견 수렴 없이 미국에 가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합의한 거잖아요. 그러나 30개월 이상이라는 것은 광우병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에요. 그래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PD수첩>의 보도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대통령도 인정했기 때문에 결국은 정부가 미국하고 협상해서 30개월 이상은 안 받아 들이는 것으로 협상해서 지금 30개월 이상은 안 들어와요. 그러면 그 당시 <PD수첩>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한 거예요. 보도의 의미도 있었고, 정책에 영향을 줬잖아요. 정부가 그것을 인정한 것 아닌가요? 근데 그것을 끈질기게 벌을 주려고 해요. 물론 몇 군데 실수도 있었죠. 만약에 그냥 조용히 방송사 내부에서 관례에 따라 검토해서 '실수는 있었으니 하자'라고 해서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면 이미 옛날에 끝났을 거예요."
- 한국의 현재 언론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이 되어 가지만 언론계에서는 MB 7년차라는 말이 있던데 현 정부의 언론정책 어떻게 보십니까?"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의 차이점을 못 느끼겠어요. 다만, 오래 지속됐으니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이 대통령 전반기 3년은 MBC가 나름대로 역할을 했는데 4년째 접어들면서 친이명박 방송으로 변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박근혜 정부는 1년 차부터 '땡박방송'을 해 상황이 더욱더 심화됐어요. 게다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생긴 종편이 지금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공세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에 대해서 가차 없이 징계하고 있어요.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이라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와 같은데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봅니다.
지금 언론에 대한 불신은 상당해요. 제가 생각할 때 절반 혹은 그 이상의 국민들이 한국 언론에 대해 대단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론에 대해서 불신하는 국민들이 많아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 전체와 국가가 보는 거예요. 왜냐면 정부가 하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근데 언론을 이런 식으로 좌지우지해서 전부 '땡박' 언론을 만들면 국민이 언론에서 하는 말을 안 믿어요. 그러면 설사 박 대통령이 잘하는 게 있어도 안 믿어요. 그리고 박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100%예요. 언론을 이렇게 다루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21세기 세계 속에서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제해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대한민국이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던 60~70년대가 아니고 지금 21세긴데 아버지처럼 언론이라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통제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화장빨에 불과합니다. 화장빨이란 것은 언젠간 지워질 수밖에 없어요. 지워진 후에는 감당하기 힘든 불신과 결국은 정부의 실패 국가의 실패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 주길 바라요."
"MBC, 지금은 추방됐지만 되살려야 할 고향 같은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