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민, 곽빛나 활동가가 분향소 재단을 청소하고 과일과 떡을 바꿔놓고 있다.
김종술
한겨울 매운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분향소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겠다는 밀양 할매·할배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경찰이 한 차례 침탈했지만, 주민들은 비닐 천막을 다시 세웠다. 할매·할배들은 마을별로 돌아가면서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는 조문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수녀님·신부님·스님·목사님 등 종교인과 고인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시민들도 조문을 하러 온다. 지난 15일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108배를 올렸다. 또 아무 말 없이 부조금을 놓고 가는 시민도 있었고, 영정 앞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조문객도 있었다. 때문에 분향소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눈물바다로 변하곤 한다.
전등 한 개와 촛불 두 개를 켜놓고 매일 밤을 지새는 분향소. 지난 15일 오후 분향소를 찾아갔더니, 20여 명의 어르신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자리에 누워 얼굴만 내놓은 채 이불을 덮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은 나무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한전과 경찰을 비판했다.
오후 5시에 밀양 대책위 곽빛나·장수민 활동가가 분향소로 이용하는 시계탑 제단을 청소했다. 시든 꽃을 치우고 과일과 떡을 바꿔놨다. 향도 새로 피워 놓고서는 인사를 올렸다. 그 뒤로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들은 주머니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학생들의 손에 쥐여 줬다.
"새벽에 쳐들어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