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촌 할매가 1번 초소 앞에 판 구덩이를 가리키고 있다. 김종술
제1초소 움막의 겉 비닐을 열자 큰 구덩이가 나왔다. 철재 구조물 다리를 건너야 움막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전깃불을 켜지 않아 침침했지만 움막 안은 따뜻했다. 한전이 송전탑 터를 닦으려고 벌목한 나무가 화덕난로 안에서 벌겋게 타고 있다.
휙 둘러보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할매들의 '최종 병기'. 은색의 쇠사슬 7개가 비닐하우스 철근 파이프에 묶여 있다. 경찰이 이곳을 진압할 경우 지팡이를 든 할매, 할배들이 목에 걸고 마지막까지 발버둥을 칠 무기다. 잠시 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움막 안에는 종교단체 등이 보내준 지원품이 쌓여 있다. 라면과 김, 쌀, 그리고 밥통과 옷가지들. 외부와 고립돼도 한 달 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밀양리포트팀을 반갑게 맞은 덕촌 할매와 현풍댁(67) 등은 5일 전에 이곳에 교대인력으로 들어왔단다. 2~3일 뒤에는 저 아래 장동 움막을 지키는 다른 할매들이 1번 초소로 들어온다고 한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뿌려라!"할매는 얼마 전에 찾아온 큰아들을 단칼에 뿌리쳤단다. 밀양에 사는 큰아들은 "이제 제발 산에서 내려오소, 자식 가슴에 대못을 치고 가려고 합니까?"라고 말하면서 울먹였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뒤늦게 달려온 작은아들도 다른 할매들도 보는 앞에서 마냥 눈물을 흘렸으나,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내, 그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장은 어디 여놨고, 1년 동안 쓸 돈은 아무데에 있다. 그것만 알아라. 경찰 3천 명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죽을 끼다. 그때도 오지 마라. 경찰이든 누구든 나를 끌어낼 끼다. 아버지 옆에 묻지 말고 화장해서 산소 위에 뿌려라."유언이다. 큰아들이 찾아왔던 건 경찰 측의 성의(?) 때문이라고 한다. 덕촌 할매는 "9월에 국무총리가 이곳에 왔을 때 앞쪽에 여름 양말을 신고 여름옷을 입고 앉아 있었는데, 경찰이 내 사진을 찍었나(채증) 보다"면서 "경찰 쪽 관계자가 밀양에 사는 아들에게 찾아가서 '할매 옷 좀 사드려라'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밀양경찰서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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