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 야무나강(Yamuna River) 서쪽에 위치한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Itimad-Ud-Daulah). 무굴제국 제4대 황제인 제항기르의 장인인 미르자 기야스 백(Mirza Gyiyas Beg)의 묘로 자항기르의 아내 누르자한(Nur Jahan)이 지었다.
Dustin Burnett
꼬박 흘러가는 시간, 그 기차역의 다양한 사람들일단 표는 손에 쥐었지만, 기차역의 삭막한 풍경을 보아 하니 내일 밤이 심히 걱정이다. 기차역 내의 숙소인 '리타이어링룸(Retiring Room)'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예약이 안 된다던 리타이어링룸은 어찌 된 일인지 다음날까지 모두 다 차 있었다. 다 차 있다던 방을, 힌두어를 하는 인도 아저씨는 잘만 얻어갔다. 외국인인 우리는 절대로 방을 차지할 수 없는 구조였다. 따지는 것도 지쳤다.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내가 재잘재잘 떠들어대든 말든, 기차역 직원은 시큰둥하기만 하니.
다음 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오니 아직 벌건 해가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뭉그적거릴 시간이 한참 더 남았지만 그건 내 기준일 뿐이다. 비행기를 탈 때도 출발 4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안심이 되는 더스틴이다. 기차도 예외일 순 없다. 불안해하는 사람 기준에 맞춰야지 어쩌겠는가.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6시. 기차 출발까지는 12시간이 남았다.
아무리 봐도 갈 곳이 없었다. 플랫폼은 이리저리 이동하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삼등석 대기실로 갔다. 커다란 짐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가득하다. 콜카타로 가는 가족.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젊은 남자. 장시간 대기를 위해 담요와 망토를 챙겨온 할머니. 우리도 한쪽 구석에 얌전히 자리를 잡았다. 우리처럼 내일 새벽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시간은 단 한숨도 거르는 적 없이, 한 초 한 초 짚으며 꼬박꼬박 흘러갔다. 이따금 몇 분 정도 뛰어넘을 법도 하건만. 우리 곁으로 수명의 여행자가 적당한 시간 동안 기차를 기다리다 떠나갔다. 여행자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친구끼리 온 두 일본 여자는 커다란 캐리어를 옆에 두고 서로 조용히, 각자의 두꺼운 일기장에 글을 적었다. 친구와 같이 여행하다 헤어지고 처음으로 혼자 밤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영국에서 온 캘리. 조드푸르로 가서 3개월 정도 머무르며 의사 실습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혼자,' '처음'이라는 단어에 긴장이 서려 있었다. 그래도, '설렘'이라는 아우라가 캘리의 앞날을 밝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