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오기 전 살았던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의 한 아파트.
오마이뉴스 장재완
단독주택을 알아보기로 한 뒤, 아내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데 아파트를 알아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아파트는 거기에서 거기라고 할 만큼 대충 인터넷으로 알아볼 만큼 알아볼 수가 있다. 우선 아파트 매물이 있으면,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통해 집의 위치와 주변 환경을 그 자리에서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집 내부 구조도 웬만하면 검색만 해보면 도면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기도 하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에 가면 곧 바로 도면을 보여준다. 13년 동안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우리는 도면만 봐도 쉽게 집 구조를 알 수 있다. 거의 딱 한 번만 가보면 된다.
그런데 단독주택은 일단 인터넷에 매물이 많지 않다.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진도 없다. 사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으로 그 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게 없다. 결국 우리는 단독주택 밀집지역 부동산을 돌고 돌아 발품을 팔아야 했다. 아파트라면 여러 집 보는 데 30분도 안 걸리는데, 단독주택은 한 집 보는 데 30분이 걸린다.
또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 실제 집에 방문해 보면 실망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다. 노후된 단독주택 살이를 각오는 했지만, 우리가 가진 돈으로 소개받는 집의 수준은 정말 처참했다.
"아~ 이게 현실이구나."집을 보러 다니면서 아내와 묘한 감정싸움이 일었다. 아내가 기껏 힘들여서 몇 군데를 골라 보여주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는 '단독주택이 그렇지, 그럼 얼마나 좋을 줄 알았느냐'고 핀잔을 주고, 나는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그래도,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아'라고 생각하면서, 영혼 없는 코멘트를 날렸다.
"응, 이 집도 괜찮네~."그렇게 수십 채의 집을 보러 다니던 중 아내가 좋은 집이 나왔다며 오전에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바쁘니까 1시간만 내겠다고 약속하고서는 함께 부동산을 찾았다. 단독주택가에 있는 부동산까지 허름했다. 왠지 꺼벙해 보이는 공인중개사의 안내를 따라 4-5채의 집을 돌아다녔다. 아내가 나름 좋은 집이라며 추천한 집들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이 집은 너무 낡았고, 저 집은 구조가 이상하고, 또 저 집은 2층이 마음에 안 들고, 또 저 집은 단층이라 마음에 안 들고…. 아, 어찌하리 이 내 변덕스런 마음을….
아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 중개사는 "그럼 이 집은 어떻겠어요? 지금 두 분이 자꾸 이야기 하시는 것으로 봐서는 이 집에 제일 잘 맞을 것 같네요"라면서 또 다른 집을 소개해줬다.
이 집은 골목 입구부터 달랐다. 울타리 없는 집 9채가 나란히 서 있고, 집집마다 나무와 화초가 심어있다. 이 골목은 구청에서 내 집 주차장 갖기 시범사업으로, 각 집에서 자기 땅을 내놓으면 도로를 집 안쪽까지 넓혀서 주차공간을 마련하게 해준 동네다. 또한 그 공사를 하면서 구청에서 돌로 축대를 쌓아주고, 감나무도 심어주었다.
집은 건축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살던 주인이 수리를 싹 해놔서 깨끗하고, 내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방이 5칸이나 됐다. 아내는 나무와 꽃, 화단에 반하고, 나는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2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집으로 결정했다. 중개사는 우리 마음이 바뀔까봐 주인과 협상해서 500만 원이나 깎아주기까지 했다. 그러니 어찌 마다할까….
오전에 집을 보고 오후에 계약서를 썼다. 갑자기 집을 팔게 된 주인은 그 집에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투자를 했는지 열변을 토해냈다. 그럴수록 우리는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하니 단독주택에서 꼭 봐야 할 것들을 안 보고 덜컥 계약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 학교와 거리는? 밤에는 조용할까? 이웃들은 좋은가? 수도는 새지 않나? 겨울에 춥지 않을까? 난방비는 많이 드나? 담도 없으니 보안은 괜찮을까? 습하지는 않을까? 슈퍼는 가깝게 있나? 아, 우리는 그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우리 부부는 다음날 다시 그 집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꼼꼼히 챙겨보리라.
집 주인에게 이것저것 꼼꼼하게 캐묻고, 구석구석 사진도 찍어왔다. 그런데 그날 밤 또 걱정이 생겼다. 도배는 해야 할까? 싱크대는 괜찮은가? 장판은? 전기는 문제없나? 세탁기 놓을 자리는? 아파트라면 그런 걱정 별로 안 해도 처음 지을 때부터 입주민이 쓰기 편리하도록 다 되어 있겠지만, 단독주택은 하나에서 열까지 본인이 직접 관리를 해야 하다 보니 챙겨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방문했다. 그렇게 이사하기까지 여러 차례를 다시 가봐야 했다. 다행히 주인아주머니가 마음씨가 좋아서 갈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고 자세히 설명도 해주셨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런데 말예요. 왜 아파트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와요?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여기 사는 사람들 소원이 아파트 한 번 살아봤으면 하는 거예요…."흐흐흐… 그러게요. 우리는 왜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걸까요?
단독주택 이사하기, 웃돈이라도 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