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우 스쿨을 입학하는 학생들은 벽에 자신의 이름과 입학 연도를 쓰는 전통을 400년 넘도록 이어가고 있다. 올드 스쿨 건물에 있는 이 네번째 교실에서 영화 <해리포터>를 촬영했다.
이주빈
탐방 안내를 맡은 교직원이 "이 교실에서 영화 <해리포터>를 촬영했다"고 했을 때 영화의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쳐 흘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직원의 설명에 깜짝 놀랐다.
"교실 벽에 새겨진 이름들은 이 학교를 다닌 이들이에요. 그 옆 숫자는 그 사람이 입학한 해고요. 저기 보세요, 처칠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죠? 맞아요, 처칠 전 수상도 이 학교를 다녔답니다. 그 옆에 새겨진 또 다른 처칠은 처칠 경의 동생 이름입니다. 동생도 이 학교를 다녔지요." 1571년 부유한 농부였던 존 라이언(John Lyon)은 "돈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지만 배움만은 남에게 뺏기지 않고 영원히 자신이 가지고 갈수 있는 것"이라며 학교를 설립한다. 이듬해인 1572년 설립 인가를 받았으니 해로우 스쿨은 올해 설립 441년을 맞았다.
한국으로 치면 중․고등학교 통합과정의 해로우 스쿨은 일반적으로 만 13세에 입학해 만 18살에 졸업한다. 해로우 스쿨은 기숙학교인데 2013년 현재 약 83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학생 정원 구성 비율은 매년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60~70%는 영국 학생들이고, 30~40%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다.
이튼 스쿨과 함께 명문학교로 꼽히는 해로우 스쿨은 1년 학비가 한국 돈으로 약 5600만 원 정도 된다. 이 때문에 "해로우 스쿨에 다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는 쓴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부농(富農)이 세운 학교는 서민의 자녀는 쉽게 넘보지 못할 '귀족학교'가 되어 있는 것이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8세기 낭만파를 대표했던 시인 조지 바이런(George Byron)과 같은 수많은 인재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해로우 스쿨 측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을 비롯해 영국 총리 7명을 배출했다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자랑한다.
특히 '해로우 스쿨 = 윈스턴 처칠'이랄 정도로 학교 홍보마케팅에 처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처칠이 그만큼 영국인들의 신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B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처칠은 '영국의 국보'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물리치고 '영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