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거리
Dustin Burnett
순간 사제는 눈에 불을 켜더니 작은 공간에 와글와글 모여있는 50여명의 사람들을 둘로 가르기 시작했다. 기도를 올리고 있던 사람들은 그런 사제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조금씩 양옆으로 물러났다. 놀랍게도, 사람들의 무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신비의 사람 길이 열렸다.
"보이시오?! 저기 세 개의 붉은 눈을 가진 칼리여신이! 자 이제, 손에 들고 있는 꽃을 던져요!"뭐 꽃? 꽃이 어째? 손에 들려있는 꽃이 던지기 위한 것이었으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던 우리는, 당황한 눈빛으로 사제를 바라봤다. 사제는 이렇게 하면 된다는 듯이 팔을 휘휘 저으며 꽃을 던지는 시늉을 했다. 하라면 하는 수밖에. 우리는 사제의 모습을 흉내내며, 기도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주황색 꽃을 힘껏 던졌다.
사제는 만족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들 무리를 벗어나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무에는 칼리여신에게 바치는 하얀 소원들이 달려있었다. 내 옆에는 애절한 눈빛으로 칼리여신을 올려다보며 기도를 올리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나는 잠시 남자의 눈빛을 바라봤다. 나는 저런 눈빛을 가진 적이 있었는가. 무언가를 저렇게 절실히 기원하고 바란 적이 있었던가. 저 남자가 저토록 절실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 자신을 위한 기도는 아닐 것이다. 고작 부자가 되자고, 출세를 하자고, 자기를 위하자고 저런 눈빛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타인을 위한 눈빛일 터이다. 칼리 여신이 제아무리 잔인하다고 해도, 남자는 모든 걸 용서받을 수 있겠지. 타인은 위로받을 수 있겠지.
당했다, 여행서에서 경고한 그대로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