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보다 여자1호의 방에서 자는 걸 좋아하기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조남희
오월이가 어두워져도 들어오지 않자, 나와 여자1호 그리고 이웃집 카페 부부까지 네 사람이 랜턴을 들고 도롯가와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오월이 이름을 부르고 다녔다. 밤 아홉시만 지나도 집집마다 불이 꺼지고 어둠과 적막함만이 남는게 제주도의 시골마을이다.
자정이 되어서까지 불빛과 사람 소리가 나자 불이 켜지는 이웃집이 있었다. 며칠 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린 적이 있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사시는 집이다. 밤 늦게까지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며, 인사를 드리러 간 여자1호가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다 말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허물어진다.
할아버지는 자루 하나를 들고 오셨고, 먼 발치에서 보고 있던 나 또한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 고양이, 오월이는 그렇게 죽은 채로 돌아왔다.
"새벽에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앞에 눈 뜨고 코에서 피를 흘리고 죽어있더라구…. 오늘 집에 제사가 있는 날인데 제사도 못 지냈네."넋이 나가 있는 나 대신 여자1호가 할아버지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할아버지는 자루 하나를 놓고 망연자실해 있는 우리를 보시고 오월이를 자루에서 상자로 옮겨 담아 주신다.
눈을 뜨고 피를 흘리며 죽어있다는 녀석이 오월이가 맞는지 불빛 아래서 확인을 해야 했지만, 그 모습을 보면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나는, 비겁하게 여자1호에게 그 일을 떠넘기고 말았다. 혼자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을텐데,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제주 정착을 위해 모여서 사는 우리집에서 어느새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솜털 같이 가벼웠던 녀석, 땅으로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