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화점의 명품매장
연합뉴스
바야흐로 백화점에 '띵가띵가'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기다. 추석 시즌을 앞둔 때였다. 직원 휴게실에서는 이번 추석 연장 영업은 얼마나 될지가 최고의 대화 주제로 떠올랐다. 'ㄱ백화점은 4일만 하는데 우리는 이번에 9일 한다더라' 등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바빴다. 평소 금·토·일만 8시 30분까지 연장하던 영업을 평일까지 확대하는 건 직원들에겐 큰일이다. 유아기 부모들에게는 아이가 자기 전에 들어가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의 문제와도 직결됐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일을 직원들은 미리 알지 못했다. 추석 연장영업 역시 직원들의 정보력이 딸렸는지, 9일이 아니라 16일 동안 이어진다는 걸 신문 기사를 통해서야 알았다. 기사 속 담당자는 추석 날만 쉴지 추석 다음 날까지 쉴지는 추석 4일 전에 결정 난다고 덧붙였다.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 백화점 직원들도 귀향 준비를 하려면 휴일이 어떻게 될지 알아야 할 텐데 4일 전에야 결정이 난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그렇잖아도 연장근무를 2주 넘게 한다는 말에 심기가 불편한 나다. 본사 직영매장이 아닌 곳은 대부분 고정급을 받고 있어서 연장근무를 한다고 초과근무수당이 따로 나오지 않는다. 백화점이 연장영업을 발표하면 직원들은 군말 없이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구조에서 그만큼 '무료노동'을 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것도 한 달의 절반을 그러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다들 불만에 가득 찼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지 불평만 해댔다.
나, 최저임금은 받고 있는 거야?이쯤 되니 내가 과연 최저임금은 받고 일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아는 노무사에게 물었다. 2012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주6일 오전 9시 30분 출근, 저녁 8시 퇴근(그중 주3일 8시 30분 퇴근), 점심시간 1시간, 휴식시간 30분만 따져도 내 월급 110만 원보다는 많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법대로 하면 108만 원이 조금 넘는단다. 내가 모르는 게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정근로시간과 연장·휴일·야간근로 시 가산수당 지급의 적용 제외 대상이었던 거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장이나 휴일, 야간근로 때는 통상임금의 50%를 더해서 주도록 돼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그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단다. 왜지? 법은 약자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걸까. 법이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건 내 편견이었나 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들이 가산수당을 줄 여력이 안 되면 보전해줄 길을 찾아야 할 텐데, 정부는 법 적용에서 제외시키는 편한 길을 택하고 있었다.
'나 최저임금보다 2만 원 더 버는 아줌마야'라고 뻐기기엔 내가 하는 무료노동의 양이 너무 많았다. 우선 폐점시간이 바로 퇴근시간이 되질 못했다. 매장 정리 등에 최소 1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추석시즌처럼 세일기간이면 어김없이 연장영업이 늘어났다. 분기별로 재고조사라도 하는 날이면 새벽에 퇴근했다. 그나마 우리 매장은 초특가 행사를 하지 않아서 나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