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나무200루피를 주고 오렌지를 산 곳
신한범
주인에게 200루피(약 2500원)를 지불하자 밭에 들어와서 맘껏 따라고 합니다. 소박하지만 넉넉한 네팔 사람들의 마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두 손 가득 오렌지를 따서 나옵니다. 오랜만에 싱싱한 과일을 먹었습니다. 오후 내내 오렌지 껍질이 손톱에 껴서 사람을 향기롭게 하였습니다.
변덕스런 날씨가 비로 변하였습니다. 서둘러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고어텍스 자켓을 입었습니다. 네팔에 네 번째 오지만 비를 맞은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쯤 우리가 넘은 쏘롱라(5416m)에는 눈이 올 것 같습니다. 트레킹이 끝난 후 카트만두에서 만난 트레커는 마낭에서 폭설 때문에 쏘롱라를 넘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고 합니다.
5416m를 넘고 200km를 걸어서따또파니(1200m)에 도착하였습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이 시발점인 불부레(840m)에서 출발하여 쏘롱라(5416m)를 넘어 또또파니까지 200km 정도 걸었습니다. 해발 840m에서 시작하여 5416m를 넘어 해발 1200m에 와 있습니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도 두 주가 지났습니다. 내일 고라파니(2800m)를 오르면 이번 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편리한 것과 불편한 것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닙니다. 차량 이용이나 두 발로 걷는 것은 본인이 판단할 일입니다. 차량을 이용한 사람과 두 발로 걷는 사람은 같은 히말라야를 보고 있지만 느낌은 서로 다를 것 같습니다. 느낌은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와 일정에 따라 판단하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