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생가 마루에 있는 이 물건의 정체는 알고 봤더니 옛날 갓을 넣어 두었던 '갓통'이었다.
김종길
마루는 옛것들의 전시장이다. 흔히 녹용으로 알려진 사슴뿔에다 주인이 썼던 활과 화살도 벽 한 쪽에 걸려 있다. 숯을 넣어 사용하던 다리미며, 삼베에 풀을 먹이던 솔하며, 박 바가지·램프·약을 빻던 도구까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옛 도구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놋쇠로 만든 요강도 보이고 그 위에는 타구가 있다. 타구는 가래나 침을 뱉는 그릇이다. 다듬이 방망이·저울·홍두깨도 벽에 걸려 있다. 전통 한옥답게 기둥마다 쇠못 대신 모두 나무못이 박혀 있었다.
이 집에는 비밀 다락도 있다. 지금은 부엌을 입식으로 바꿔서 원래 이중으로 돼 있던 다락의 아랫부분을 헐었다. 원래는 아래위가 나뉜 이중다락이어서 바깥에서 보면 다락이 제법 큰데 마루에서 다락문을 열면 다락이 하나만 보이고 크기도 훨씬 작아 보인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다락문을 열면 위의 다락은 보이지 않고 아래 다락만 보이는 것이다. 아래 다락에 올라가야 다락 한구석에 위의 다락으로 통하는 비밀문이 숨겨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집안의 귀중품은 주로 위에 있는 다락에 보관했는데 아직 한 번도 도둑맞은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눈속임을 했다고 한다.
안채 앞으로는 툇마루를 놨는데 대청마루는 아예 문을 달아 집안으로 들였다. 남부지방에선 대개 대청마루에 문이 없이 탁 트이게 하거나 문을 달더라도 들창을 둬 개방성을 강조하는데 이 집에서는 문지방을 둬 방과 똑같은 구조로 마루를 놨다. 이런 구조는 이곳 강골마을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마루구조였다. 그래도 마루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집 마당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마당의 따뜻한 기운과 대숲의 시원한 바람이 함께 마루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