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랑시샤르카를 향해
신한범
아침 7시, 랑시샤르카의 협곡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며칠 전 내린 폭설의 흔적이 남아 있어 길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으며 빙하가 녹은 물이 곳곳에 개울을 만들어 건너기도 쉽지 않습니다. 포터도 초행이라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오늘 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두 시간 가량 걷다가 포기하고 맙니다. 해발 4000m 고지의 설원에서 올해의 다짐을 해 봅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며 고3과 대학 4학년 두 딸의 진로를 마음에 담아 봅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공황 상태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하루의 여유에 몸과 마음이 모두 불안합니다. 바쁘게 사는 세상을 피해 이곳에 왔는데 제 마음은 여전히 세상에 있나 봅니다. 무엇인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이 편안함보다 불편함으로 다가 오니 말입니다. 판단은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 미련을 두지 않고 하산을 결정하였습니다.
이틀을 함께한 호주 친구와 코리언 드림으로 성공한 롯지 주인과 사진을 찍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아쉬운 작별을 고합니다. 물론 여행자는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바람과 같아 다시 인연이 되리라 기대하지 않지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기에 제 마음을 담아 이메일을 전합니다.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는 호주 젊은이의 바람이 실현되었으면 합니다.
코사인쿤도를 향해 이제 저는 시바신의 신화가 서려 있는 코사인쿤도로 갑니다. 힌두교 성지 코사인쿤도는 해발 4310m에 자리 잡고 있으며 커다란 6개의 호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트레커 뿐만 아니라 성지 순례를 위한 순례자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코사인쿤도를 가기 위해서는 올라온 길을 따라 하루 반을 내려가서 뱀부를 지나 곳에서 좌측 기슭을 타고 툴루사부르를 거쳐 산을 올라야 합니다. 4일 정도 소요될 것 같습니다.
하산을 시작하였습니다. 세상에 같은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불과 어제 올라온 길이지만 처음 보는 듯 다른 모습입니다. 유난히 다양한 문양을 넣은 마니석(불교의 경전을 적은 바위)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위에 '옴마니반메홈'이란 글자를 새기고 색채를 넣은 마니석이 설산과 조화를 이루며 트레커의 가슴에 파고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