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3일 폐역이 된 진주수목원역
김종길
간이역에 대한 기억은 누구에게나 아련하다. 간이역, 언젠가 다녀왔음에도 오랜 시간 켜켜 묻은 세월의 흔적처럼 또렷한 형상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아슴푸레한 추억으로 남는 곳이다. 때론 짙은 향수만 불러일으켜 몹쓸 병을 도지게도 한다.
그 흔한 매표소도, 역무원도 없이 승강장만 덩그러니 있는 간이역. 진주수목원역 글자만 오도카니 서 있는 안내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오래된 이발소, 동네사람들이 모여들었을 낡은 간이역 상회, 굳게 닫힌 이발소, 아직도 먼지를 흠뻑 뒤집어 쓴 채 요란하게 돌아가는 오랜 정미소, 몇 년 전 기차를 기다리며 먹었던 철길 옆 국수집... 이 작은 수목원역에 대한 기억은 천 갈래 만 갈래로 끝없이 이어졌다.
한때 승객이 없어 하나 둘 사라진 시골의 다른 간이역들과는 달리, 수목원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이 역이 생기고 승객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던 수목원역은 역에서 내려 걸어서 5분 남짓이면 수목원에 도착했다. 2007년 10월 19일에 당당히 경전선의 간이역이 돼 하루 11회의 무궁화호가 정차했다가 5년 만인 2012년 10월 23일 진주 마산 복선 개통으로 1832일 만에 다시 사라진 수목원역은 아직도 경남 진주시 일반성면 개암리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