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해수욕장여름이면 관광객으로 가득차는 함덕해수욕장에서는 4.3사건 당시 함덕에 주둔하던 군경토벌대에 의해 조천면 사람들이 다수 희생됐다.
조남희
한라산, 성산일출봉, 정방폭포, 함덕해수욕장, 다랑쉬오름, 표선해수욕장.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제주도의 절경지는 곧 도민들의 피와 눈물의 역사 현장과 동의어다. 4·3사건 때 이들 절경지, 아니 제주도 전역에서 양민들이 집단학살 되었다. 그 숫자가 3만명에 달한다.
나는 제주도에 오기 전 4·3사건에 대해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 수록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생각할 수 있는 제주도의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군경의 총과 대창에 죽어나갔다니, 이젠 어딜 가도 아름다운 바닷가나 폭포, 오름, 마을길 마저도 예사로 보이지가 않았다. 지나가다 보이는 길가 마늘밭, 무밭에 시체가 넘쳐났을 걸 생각하면, 우리 눈에 그저 아름답기만 한 제주도가 너무 슬프다.
그리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거꾸로 뒤집으면 땅을 일구고 살아가야 할 도민들에겐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었다. 태풍의 직격타를 해마다 몇 개씩 맞아야 하고, 태풍이 오는 시기를 제외한 계절에도 제주의 바람이 어떤지는 겪어본 사람만 안다. 또한 곱디 고운 하얀 백사장에 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
해안가 마을은 반농반어라 해서 한 달의 반은 물질을 해야했고 나머지 반은 농사를 지어야 했다. 해안가가 아닌 마을은 물질을 못하니 수입의 원천이 더 적어 먹고 살기가 더 힘들었다. 지금 우리가 놀러가는 제주도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감귤 산업이 발달한 섬이지만, 그 이전 도민들에게 섬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쉽게 나갈 수 없는 곳이었고, 고려 전기 독립국 탐라에서 하나의 지방으로 편입된 때부터 한국전쟁 이후 상당기간까지 육지의 수탈 속에 살아나가야 하는 섬이었다.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하는 제주도, 요즘은 게스트하우스, 펜션, 렌트카가 삼다가 아닌가 할 정도로 외지인들이 몰려오는 섬이 되었다. 제주도는 내년 관광객을 1050만명 유치하겠다고 한다.
내가 사는 대평리 마을도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이 넘쳐나고 땅값도 많이 올랐다는 소식이다. 그 와중에 나도 굴러들어와 산다. 살다보니 처음 제주도에 왔던 때의 고민들은 차츰 물러가고, 이제는 제주도의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제주도를 더 깊이 보고 알아가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육지에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내가 아는 만큼만이라도 제주도 이야기를 해주련다.
바닷가 두 번 갈 거 한 번 줄여 4·3평화기념관에도 데려가고, 올레길 걷다 지나치는 이 곳 저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설명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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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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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반년, 나의 무식에 침을 뱉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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