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왕릉의 앞과 뒤는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 왕릉의 뒤쪽은 이서국 군사를 물리치기 위해 이미 고인이 된 미추왕이 죽엽군을 이끌고 나타났다는 전설의 증거처럼 보인다.
정만진
미추왕은 262년부터 283년까지 21년 동안 왕위에 있었다. 그런데 죽은 미추왕이 297년에 경주에 나타났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모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이다.
이서국(경북 청도)이 금성(경주)을 공격해왔다. 신라군이 이기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대나무 잎을 귀에 꽂은 무수한 병사들이 나타나 적들을 물리쳤다. 적이 물러간 후 죽엽군(竹葉軍)들도 문득 없어졌다. 그런데 미추왕릉 앞에 수만 개의 댓잎이 쌓여 있었다. 백성들은 "돌아가신 임금께서 하늘의 군사를 보내 적을 물리치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추왕릉에는 죽현릉(竹現陵), 죽장릉(竹長陵)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미추왕릉에 가서는 무덤의 앞면만 보고 돌아서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닫혀 있는 문에 막혀 철책 너머로 왕릉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내지만, 미추왕릉 답사의 꽃은 무덤 뒤편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게만 피어난다. 실제로 미추왕릉은 무덤 뒤편에 울창한 대나무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 대숲 사이로 허리를 굽히고 왕릉 쪽으로 다가가면 눈앞에 죽엽군들이 힘차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마총, 무덤 안을 보여주는 흥미만점 답사지
미추왕릉 뒤 대숲에서 황남대총의 서쪽 옆구리를 스쳐 천마총으로 간다. 하늘[天]을 날아오르는 말[馬] 그림이 출토된 무덤[塚]이라고 해서 천마총(天馬塚)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천마총은 들어가서 보는 무덤이다. '들어간다'는 것은 무덤 안이 공개되어 있다는 뜻이다. 높이와 길이는 12.7m와 47m로 황남대총의 절반 이하이지만 내부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인기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