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리 백탑
정만진
8괴 중에서도 나원리 백탑이 으뜸이 아닐까
다른 것은 모두 자연 현상이지만, 나원 백탑만은 인간의 창조물이다. 그런 뜻에서 신라 팔괴(八怪) 중에서도 이 5층석탑이 가장 돋보이는 '괴(怪)'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게다가 이 팔괴는 또 다른 기이한 점도 보여준다. 절터 일대를 발굴해본 결과 탑이 금당 뒤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지금도 탑 뒤쪽에 근래에 세워진 나원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왜 그렇게 배치를 하였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는 무릇 알 수 없는 일들이 더러 있는 법이다. 그래서 '괴(怪)'다. 어쨌든 나원리 오층석탑은 국보에 걸맞게 아름답다. 심지어 탑은 노을을 받아 흰 색을 잃었을 때에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황혼 무렵이면 탑은 온통 노랗게 변한다. 흰 탑인 까닭에 노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한껏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두 번째 여왕 진덕왕의 무덤조금 더 내려오면 선덕여왕의 동생인 28대 임금 진덕여왕의 무덤이 오른쪽 산비탈에 숨어 있다. 현곡면 오류리 산 48번지, 사적 24호.
'숨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진덕왕의 무덤이 형산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눈에는 띄지 않기 때문이다. 금척 고분군에서 시작하여 법흥왕릉, 무열왕릉, 서악리 고분군, 진흥왕릉, 진지왕릉, 헌안왕릉, 문성왕릉, 흥무대왕릉, 진덕여왕릉까지 기라성 같은 무덤들이 대천과 서천 강변을 따라 죽 이어지는 것을 보면 당대에는 이 묘역 능선이 신라인들에게 멀지 않은 곳으로 인식되었을 것이 분명한데, 어찌 진덕여왕릉은 지금 이토록 홀로 외진 구석에 버려져 있는 듯 숨어 있을까.